13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 16번홀(파4). 임성재(22)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둘러싼 다섯 개의 벙커 가운데 오른쪽 가장 뒤에 자리한 벙커에 빠졌다. 벙커에서 자세를 두세 차례 고쳐 잡은 뒤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반대편 벙커로 향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히 ‘비투비(벙커 to 벙커)’로 부르는 어이없는 실수 샷. 이 벙커에서는 한 번에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섯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지만 1m가 채 안 되는 짧은 더블보기 퍼트마저 놓치면서 세 타를 잃었다.


임성재가 막판 벙커샷 실수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새해 첫 대회에서 ‘톱10’ 진입을 놓쳤다. 이날 열린 소니오픈(총상금 66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초반엔 분위기가 좋았다. 1번·3번홀(이상 파4) 버디를 잡으며 선두 브렌던 스틸(37·미국)에게 세 타 차로 따라붙었다. 톱10은 물론 우승도 넘볼 수 있는 위치였다. 4번홀(파3)에 이어 6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하면서 한때 뒷걸음질치긴 했다. 하지만 9번홀(파5)에서 다시 한 타를 줄여 불씨를 살렸다.

후반 내내 파 행진을 거듭하다가 16번홀 그린 벙커에서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혔다. 벙커에서 다시 들어간 두 번째 벙커에서 한 번에 탈출하지 못하자 평정심을 잃었다. 1m가 안 되는 짧은 퍼트를 놓친 것이다. 이 홀에서 세 타를 잃어 공동 9위에서 공동 27위로 추락했다. 마지막 18번홀(파)에서 3m 안팎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며 순위를 끌어올린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트리플보기만 아니었으면 이번 시즌 세 번째이자 올해 첫 톱10이 유력했다. 임성재는 지난해 9월 샌더슨팜스챔피언십 준우승, 10월 조조챔피언십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 우승컵은 연장전 끝에 캐머런 스미스(27·호주)가 들어 올렸다. 선두와 세 타 차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두 타를 줄이면서 한 타를 잃은 스틸과 11언더파 269타 동타를 이뤘다. 연장 첫홀에서 파를 잡으며 보기에 그친 스틸을 따돌렸다. 2017년 2인 1조 단체전으로 치러진 취리히클래식에 이어 통산 2승째다.

통산 3승의 스틸은 2016년과 2017년 새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세이프웨이오픈을 2년 연속 제패해 ‘개막전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