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브라질 국민들 서머타임 그리워해"…에너지절약 효과는 '글쎄'
세계적으로 서머타임 논란…"생체 시계 헝클어져"

브라질이 한 세기 가까이 유지했던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시행을 폐지한 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서머타임 폐지안에 서명하면서 "비록 한 시간을 바꾸는 것이지만 사람의 생체 시계가 헝클어졌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1931년 처음 서머타임을 도입했으며, 1967년까지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다가 1985년부터 해마다 시행했다.

매년 10월 세 번째 일요일 0시가 되면 오전 1시로 시계를 조정해 이듬해 2월 세 번째 일요일 원점으로 돌려왔다.

브라질, 80여년만에 서머타임 중단하자…"새벽 4시에 해가 떴다"
제도 폐지 후 수개월이 지나 여름이 절정에 달한 현재, 브라질에서는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이미 하늘이 밝아오면서 이른 오전은 이미 정오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많은 브라질 국만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시민은 트위터에 "새벽 네 시에 해가 떴다.

서머타임제가 그립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행복하십니까?", "서머타임 폐지 전에는 내가 이 제도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라고 정부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서머타임은 브라질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논란이다.

서머타임 유지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트위터에 "나는 영구적인 일광절약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유럽 의회에서는 지난해 서머타임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직 서머타임이라는 제도 자체를 이해 못 하는 시민도 많고, 제도의 도입 배경이나 운영 방식에 대한 혼란도 있다.

심지어 제도 명칭이 무엇인지도 통일돼 있지 않다.

근거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서머타임이 농업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우선 나온다.

그러나 '시즈 더 데이라이트'(Seize the Daylight)의 저자인 데이비드 프레로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얘기"라며 "역사적으로 서머타임에 가장 반대한 게 바로 농부였다"고 주장했다.

서머타임의 도입 배경으로 활동할 시간을 벌기 위해 낮을 늘리거나, 과거 조명에 드는 비용을 줄이려는 경제적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게 프레로의 설명이다.

이밖에 냉·난방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 때문에 도입했다는 설도 있다.

브라질 에너지 보전 협회가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34개 도시에 주민 4천400만명을 거느린 브라질 최대 주인 상파울루에서 서머타임으로 4개월 동안 절약한 에너지가 고작 100만명 규모의 도시 하나에 8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리우데자네이루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는 "서머타임이 있을 때는 하루 일을 마치고 해변에서 즐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상파울루 외곽 치안이 불안한 곳에 거주하는 또 다른 여성은 "한 시간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큰 차이가 있다"며 "낮에 일하고 집에 와야지 밤에는 강도 때문에 돌아다닐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머타임으로 낮이 한 시간 길어져야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