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돌아오지 않는 강’.
이중섭의 ‘돌아오지 않는 강’.
천재화가 이중섭은 사랑하는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소년 시절 북녘에 홀로 남겨둬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에 절절하게 남겼다. 6·25전쟁 중 아내와 어머니를 북녘에 남겨둔 채 피란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늘 그를 괴롭혔다. 세상을 뜨던 해인 1956년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생사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에 대한 애절함은 더욱 깊어갔다. 이중섭은 붓을 곧추세워 애정과 모정의 간절함을 화면에 새겼다. 작품 제목은 당시 인기를 끈 메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으로 붙였다.

이중섭의 생애 마지막 그림으로 알려진 ‘돌아오지 않는 강’ 연작 가운데 한 점이 경매에 나왔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이달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여는 올해 첫 오프라인 경매에 이중섭의 ‘돌아오지 않는 강’을 비롯해 김환기·천경자·이우환·박서보·정상화의 단색화, 희귀한 고미술품 등 모두 172점을 출품했다. 경매에 나온 작품의 ‘낮은 추정가’ 총액은 100억원으로, 지난달 겨울 경매와 같은 규모다.

‘돌아오지 않는 강’은 추정가 1억5000만~3억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18.5×14.6㎝ 크기 작품으로, 창문 넘어 수북이 쌓인 눈 속의 비둘기를 바라보며 아내와 어머니를 상상하는 모습을 대차게 잡아냈다.

이우환의 ‘동풍’.
이우환의 ‘동풍’.
일본 ‘모노하(物派: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공간과 관계성 탐구)’ 운동을 주도한 이우환의 작품은 다섯 점 출품됐다. 자유롭고 거침없는 붓터치를 보이는 ‘동풍(East Winds)’은 추정가 16억~23억원에 나와 ‘바람’ 시리즈의 최고가에 도전한다. 이우환의 ‘바람’ 연작 작품 중 경매 최고가 기록은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21억원에 낙찰된 또 다른 ‘동풍’이 보유하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의 ‘대장주’ 김환기 작품은 일곱 점(총 10억원)이 나와 있다. ‘환기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매에 응찰해볼 만하다. 1968년 뉴욕의 추상적 하늘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메아리, 24-Ⅲ-68 #4’, 구상적인 형상들이 사라진 작품 ‘1-IIII-69#49’, 전면 점화를 예고하는 작품 ‘XII-69’ 등을 선보인다.

천경자의 1982년작 ‘꽃을 든 여인’도 추정가 7억~12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여인의 공허한 눈빛과 그를 둘러싼 아름다운 꽃에서 향긋한 서정적 향기와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화려한 의상에 머리에는 예쁜 꽃을 꽂았지만 화려함 뒤에 숨은 고독을 뿜어내는 여인은 오랜 한을 머금은 여인이자 작가 자신이라는 게 K옥션의 설명이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서는 퇴계 이황 등 조선시대 주요 인물들의 간찰을 모은 ‘고간독(古柬牘)’이 눈에 띈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주요 인물 159명의 간찰 180점과 행주 기씨(幸州 奇氏) 집안 관련 간찰 13점을 합해 총 193점의 간찰이 아홉 권의 책에 나눠 수록됐다. 추정가는 9000만~2억원이다. 출품작은 22일까지 K옥션 전시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