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라 불리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의 수사범위를 줄이고 경찰의 권한을 확대해 검찰 권력을 견제하겠다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다.

법안의 통과로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은 폐지되고,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크게 줄어들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제한된다. 사건 관계인들은 경찰 수사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검찰의 불기소처분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건을 종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경찰 수사의 오류를 확인하기 어려워 피해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검경 간 다툼이 벌어지면 국민의 법률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警수사 뒤집기 어려워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하도록 했다. 또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요구, 시정조치요구 등에 ‘정당한 사유’를 대면 거부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의 수사 권한도 대폭 축소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 등 분야로 제한했다. 예컨대 국민권익위원회가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마약, 성폭력 혐의 등이 나올 경우 검찰은 수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검찰에 고소·고발하기 전 수사 범위부터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생긴 것이다. 한 변호사는 “2017년 검찰 접수 고소·고발 사건 중 약 45%가 ‘사기·횡령·배임’인데, 이를 경제 범죄로 보고 검찰이 처리할지 벌써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권한이 강해지면서 과거처럼 경찰 수사 결과를 검찰이 뒤집는 사례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매년 3~4만여 명에 대한 수사 결과가 경찰에서 검찰 단계로 오면서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죄가 안 된다고 보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기소한 인원은 매년 4000여 명이다. 반대로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서 검찰이 불기소한 인원은 매년 2만~3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권한과 책임이 막중해진 만큼 변호인 참여를 늘리고, 내부통제 장치를 강화해 ‘열린주방’ 같은 투명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앞으로 경찰 수사 절차에서 오류와 과오가 없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변호인 참여 실질화△ 영장 심사관·수사 심사관 도입 △사건을 관리하는 별도의 부서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사 비용’ 증가 전망도

변호사 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엔 경찰→검찰→항고→재항고→재정신청 등으로 수사 불복절차가 비교적 간단했다. 하지만 경찰 힘이 커지면서 보완수사·재수사·시정조치요구와 이에 대한 불응이 반복되면 검경 간 ‘핑퐁게임’으로 법률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이후 사건 관계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관련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의신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법무사 조언을 받는다면 30만~50만원 정도, 변호사 자문을 받는다면 수백만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가 이의제기권을 자유롭게 행사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경 간 밥그릇 싸움이 격화돼 ‘중복·강압수사’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동일한 범죄사실’을 동시에 수사하게 된 경우 검사가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다면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경이 해당 사건을 자신의 몫으로 끌어오기 위해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하거나 청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경우에만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른 재판 장기화와 형사소송 비용 증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강력사건과 뇌물사건 등 피의자의 자백 이외 뚜렷한 증거를 찾아내기 힘든 사건에서 피의자를 아예 재판에 넘기기조차 못하는 사례가 생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two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