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윙어…日 톱리그 진출
아시아 지역예선 결승서 역전 트라이의 주인공
[도쿄올림픽] 기대주 ⑨ 장용흥
장용흥(27·일본 NTT 커뮤니케이션스)이 한국 남자 럭비의 올림픽 사상 첫 트라이를 정조준하고 있다.

키 175㎝, 체중 80㎏의 장용흥은 부산체고, 연세대, 상무를 거쳐 지난해 일본 프로 럭비 1부 리그인 톱리그에 진출했다.

럭비 선수로는 다소 작은 체격이지만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윙어로 평가받는다.

윙은 좌우로 펼쳐지는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질주로 트라이를 따내는 것이 주 임무기 때문에 팀 내에서 스피드가 가장 좋은 선수가 맡는다.

장용흥은 기본적인 주력에다 강력한 힘을 갖추고 있다.

또 스텝도 좋아서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키가 작아 요리조리 잘 피해서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며 "여러 가지 스포츠를 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장용흥은 초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부산남고 시절에는 축구 동아리 소속으로 대회에 출전했다가 결승 무대까지 올랐다.

마침 그 대회를 찾은 부산체고 럭비부 감독에게 스카우트돼 부산체고로 전학했고, 지금까지 럭비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멤버로 활약한 장용흥은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결승에서 영웅이 됐다.

홍콩과의 결승에서 연장 6분 26초에 결승 트라이를 찍은 것이다.

한국은 장용흥의 트라이에 힘입어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친 홍콩을 무너트리고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 럭비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건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무려 96년 만이다.

[도쿄올림픽] 기대주 ⑨ 장용흥
장용흥은 "트라이를 찍는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며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벅찬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룬 한국 남자럭비 7인제 대표팀은 올림픽을 대비해 장기 합숙 체제에 들어갔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뉴질랜드,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담금질에 나설 계획이다.

장용흥은 대표팀을 뒤로하고 정연식(일본 히노)과 함께 탑 리그에 복귀했다.

지난 12일 개막한 톱리그는 5월까지 정규리그 일정이 잡혀 있다.

장용흥은 팀의 일정이 끝나는 대로 대표팀 훈련에 합류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국가는 개최국 일본을 포함해 한국과 케냐, 호주, 영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피지, 미국,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1개국이다.

올림픽 본선에 오르는 12개국 중 마지막 한 팀을 결정하는 '패자부활전' 성격의 대륙간 예선은 6월 20∼21일 프랑스에서 열린다.

대륙 간 예선에는 우간다·짐바브웨(이상 아프리카), 중국·홍콩(이상 아시아), 프랑스·아일랜드(이상 유럽), 자메이카·멕시코(북아메리카), 사모아·통가(오세아니아), 브라질·칠레(이상 남아메리카) 등 12개국이 참가한다.

어떤 대진이 짜이든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장용흥은 요행을 바라는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피지 등 세계적인 럭비 강국들과 대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꺾은 뒤 자국에서 럭비 붐이 크게 인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강팀을 이겨서 자신감도 얻고 럭비 인기를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용흥은 "인생에서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만약 일본을 만나게 되면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