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美 증시 독주…헬스케어·IT·소비재株 추천"
다우, S&P500, 나스닥 등 미국 3대 지수가 연초부터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기존 미국 증시 투자자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반면 아직 미국 증시에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는 ‘지금 들어가면 너무 늦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프랭크 카루소 미국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 성장주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지난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미국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도 미국이 신흥국보다 유망

"올해도 美 증시 독주…헬스케어·IT·소비재株 추천"
카루소 CIO는 ‘AB미국그로스’가 투자하는 펀드인 'AB 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다. AB 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 펀드의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운용자산(AUM)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502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투자하는 재간접 형태의 AB미국그로스 펀드의 설정액은 4070억원으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조사 대상 51개 미국 펀드 중 가장 크다.

수익률도 꾸준하다. 지난해 수익률은 32.55%(A클래스 기준), 2010년 설정 이후 수익률(1월 13일 기준)은 263.44%에 달한다.

카루소 CIO는 “미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S&P지수가 350% 이상 상승했는데, 상승분의 75% 정도는 기업 이익 증가에 기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매력에 따른 상승분은 25%에 그쳤다”고 했다. 밸류에이션 매력에 따른 상승 여력이 아직 충분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 측면에서도 미국 주식이 유망하다”고 했다. “경기 바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흥국 투자에 지금 나서는 것은 섣부르다”고 주장했다. 카루소 CIO는 “미·중 무역분쟁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려면 멀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신흥국 투자에 나서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투자 유망 3대 업종

"올해도 美 증시 독주…헬스케어·IT·소비재株 추천"
“미국 시장에서는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소비재 업종이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융, 통신, 소재, 에너지 업종에서는 매력적인 종목을 찾기 어렵다”며 “업종 내 주요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거나 부채비율이 너무 높고, 경기에 민감해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AB미국그로스 펀드가 장기간 꾸준히 성과를 내는 비결로 우수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단순한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점을 꼽았다. 카루소 CIO는 “단기적으로 수익이 안 좋아질 때 투자자들은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사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보다 낮은 수익을 내고 있더라도 자신이 정한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루소 CIO는 투자 대상 종목을 선택할 때 경영자도 중요하게 본다. 그는 “경영자가 수익을 꾸준히 늘릴 능력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과거의 성과, 사업 전략 등을 검토해 믿을 만한 경영자인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투자 대상 종목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지 △평균 수준의 미국 기업에 비해 경기에 덜 민감한지 △장기 성장 잠재력이 있는지 △사업에 재투자할 능력을 갖췄는지 등을 확인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기업이 아니라면 장기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넘보기 힘든 미국 성장주 매력

3조원이 넘는 규모의 펀드가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40~60개의 미국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 특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포트폴리오에 담긴 종목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풍부하고, 자주 거래되는 종목들이어서 운용 규모가 커져도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루소 CIO는 “핵심 사업의 매출과 수익 변동성이 크지 않고, 경기 민감도가 낮은 성장주에 투자하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성장률이 낮고 불확실한 시대에 이런 기업들의 매력은 전에 없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