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수장들 앞다퉈 CES·MWC 찾는 까닭
금융권에 디지털 신기술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디지털전략 담당 직원들이 줄줄이 전자·통신 관련 세계 전시회를 찾아 나서고 있다. 올해 금융권 화두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시장 변화를 꼼꼼히 살피는 모양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등은 지난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을 참관했다. 당초 윤 회장이 금융권 CEO 중 유일하게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리 소문 없이’ 다녀간 금융권 인사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윤 회장, 김 회장, 빈 행장 등이 CES를 찾은 이유는 신기술 변화를 체감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디지털을 모르면 금융업을 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의 주 활동무대가 제조업을 넘어 금융업으로 본격 확산된 데 따른 변화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경쟁과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디지털 중심으로의 사업 변화를 강조했다. 김 회장도 “디지털 금융 혁신을 선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국민·농협은행 등은 작년부터 일찌감치 “앞으로의 경쟁자는 은행이 아니라 IT 업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 CES의 주요 토픽 중 하나도 핀테크(금융기술)였다. 전시부스를 차린 핀테크 업체만 124곳에 달했다.

신한금융, KB금융, 농협금융 등 각 금융사 디지털 담당 실무진도 참관단을 꾸려 CES 현장 곳곳을 분주히 다녔다. 이들은 AI를 폭넓게 활용하는 국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금융사는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통신기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참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MWC에선 모바일을 중심으로 AI뿐 아니라 5세대(5G)이동통신, 빅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금융권 관계자는 “AI를 접목하는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기회로 유용할 것”이라며 “전시 참관이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