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민간기 오폭 규탄 시위 확산…"이란 정권 흔들 것"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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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학가 중심 정부 규탄 집회 열려
"정부의 거짓말 받아썼다" 언론인 집단 사표 사태도
"현 정권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 키운 사건"
"정부의 거짓말 받아썼다" 언론인 집단 사표 사태도
"현 정권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 키운 사건"
이란 테헤란에서 일어난 우크라이나 항공기 피격 사건을 놓고 이란 곳곳에서 규탄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이슬람 종교지도자 중심 이란 정권을 비판하는 반(反)정부 움직임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알자지라는 “이번 사건이 현 이란 지배체제의 지속 가능성과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13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과 중부 주요도시 이스파한 등에선 각 도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정부 규탄 집회가 열렸다. 테헤란 샤리프공대에는 수천명이 모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희생자 중 14명이 샤리프공대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민간기 오폭 규탄과 함께 이란 정권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기존 집권층에 대한 불만이 이번 여객기 추락 사건을 도화선으로 터졌다는 분석이다. 시위대는 “개혁파든 원칙주의파든 너희들의 게임은 끝났다” “무능한 지도자는 나가라” “국민투표로 나라를 구하자” 등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인의 적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 내부에 있다”는 구호도 나왔다. 한 학생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를 이끄는 집권층은 각계 전문가들이 아니라 종교 지도자”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시위에선 강력한 경제 제재로 이란에 ‘최대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미 구호도 여럿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이란 시위대 옹호 발언을 트위터에 올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 모양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바바라 슬라빈 이란미래연구소장은 “이란 대학생들은 이란과 미국 양측 모두를 비난하고 있다”며 “지금 정권이든 미국이든 자신들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에선 사흘째 민간기 오폭을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고 지난 11일 인정했다. 지난 8일 사고 발생 이후 수일간 기기 결함 탓에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주장했으나 자체 군 조사 결과 입장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76명에 달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이 연이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시위는 점점 격화되는 분위기다. 알자지라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의 폭사로 단합된 이란 여론이 이젠 이란 당국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며 “이란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항공기 추락사건에서 보여준 현 지배층의 무능과 거짓을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객기 추락은 기기 결함 탓이라며 정부 주장을 받아 썼던 언론인들도 자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국영 TV와 라디오 방송국에선 보도국 관계자 일부가 사표를 냈다.
이란국영TV 채널2의 인기 진행자인 겔라레 자바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포들에 대한 살인이 일어났다고 믿기가 너무 어려워 이를 인정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에 (시청자들에게) 사과한다”며 “지난 13년간 TV에서 거짓말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썼다. 테헤란기자협회는 “국민들의 믿음이 끝났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비난이 잇따르자 이란 정부는 당국이 거짓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13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당국도 사건 발생 이틀 뒤에야 군이 민간 여객기를 격추한 정황을 알게 됐다”며 “관련 당국과 정부 등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관료들이 (민간기 격추)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지 주요 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위대는 이란 최고지도자 등 종교·정치 유력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이번 시위는 이전보다 훨씬 근본적인 범위에서 요구가 나오는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말 민생고와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항의성으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랑 케샤바르지안 뉴욕대 중동학 교수는 “새 시위는 도시 외곽 빈민부터 비교적 부유한 도시 거주자들까지 각 계층을 싹 아울러 지배체제에 반대하는 사회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13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과 중부 주요도시 이스파한 등에선 각 도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정부 규탄 집회가 열렸다. 테헤란 샤리프공대에는 수천명이 모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희생자 중 14명이 샤리프공대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민간기 오폭 규탄과 함께 이란 정권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기존 집권층에 대한 불만이 이번 여객기 추락 사건을 도화선으로 터졌다는 분석이다. 시위대는 “개혁파든 원칙주의파든 너희들의 게임은 끝났다” “무능한 지도자는 나가라” “국민투표로 나라를 구하자” 등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인의 적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 내부에 있다”는 구호도 나왔다. 한 학생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를 이끄는 집권층은 각계 전문가들이 아니라 종교 지도자”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시위에선 강력한 경제 제재로 이란에 ‘최대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미 구호도 여럿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이란 시위대 옹호 발언을 트위터에 올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 모양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바바라 슬라빈 이란미래연구소장은 “이란 대학생들은 이란과 미국 양측 모두를 비난하고 있다”며 “지금 정권이든 미국이든 자신들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에선 사흘째 민간기 오폭을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고 지난 11일 인정했다. 지난 8일 사고 발생 이후 수일간 기기 결함 탓에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주장했으나 자체 군 조사 결과 입장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76명에 달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등이 연이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시위는 점점 격화되는 분위기다. 알자지라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의 폭사로 단합된 이란 여론이 이젠 이란 당국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며 “이란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항공기 추락사건에서 보여준 현 지배층의 무능과 거짓을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객기 추락은 기기 결함 탓이라며 정부 주장을 받아 썼던 언론인들도 자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국영 TV와 라디오 방송국에선 보도국 관계자 일부가 사표를 냈다.
이란국영TV 채널2의 인기 진행자인 겔라레 자바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포들에 대한 살인이 일어났다고 믿기가 너무 어려워 이를 인정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에 (시청자들에게) 사과한다”며 “지난 13년간 TV에서 거짓말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썼다. 테헤란기자협회는 “국민들의 믿음이 끝났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비난이 잇따르자 이란 정부는 당국이 거짓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13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당국도 사건 발생 이틀 뒤에야 군이 민간 여객기를 격추한 정황을 알게 됐다”며 “관련 당국과 정부 등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관료들이 (민간기 격추)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지 주요 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위대는 이란 최고지도자 등 종교·정치 유력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이번 시위는 이전보다 훨씬 근본적인 범위에서 요구가 나오는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말 민생고와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항의성으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랑 케샤바르지안 뉴욕대 중동학 교수는 “새 시위는 도시 외곽 빈민부터 비교적 부유한 도시 거주자들까지 각 계층을 싹 아울러 지배체제에 반대하는 사회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