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우 연구사, 유리건판 사진·총독부 문서로 확인
"철불로는 드문 약사여래좌상…금박 흔적도 있어"
"국립중앙박물관 미등록 통일신라 철불 출토지는 포천"
국립중앙박물관이 미등록 상태로 수장고에서 보관했던 철조여래좌상 출토지가 경기도 포천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건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5일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과 조선총독부박물관 공문서를 분석해 그동안 정확한 유물 정보를 몰랐던 철불이 포천시 이동면 백운리 흥룡사 일대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불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연구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펴내는 학술지 '미술자료'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불상과 유물번호가 '본관 9975'인 높이 132㎝ 10세기 철조여래좌상 간 연관성에 주목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등록 통일신라 철불 출토지는 포천"
강 연구사는 이른바 '포천 철불'이라고 알려진 10세기 철조여래좌상과 그보다 키가 작은 불상을 나란히 세워두고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을 찾아냈다.

그는 9세기 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키 작은 불상이 미등록 불상이라고 봤다.

미등록 불상은 높이 105㎝, 어깨 폭 57㎝, 무릎 폭 77㎝다.

왼쪽 어깨에 옷을 걸치고 오른쪽 어깨는 드러내는 편단우견(偏袒右肩) 형태로, 두 손은 사라졌다.

발 모양은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에 올린 '길상좌'를 했다.

얼굴은 타원형이고, 이목구비가 잘 남은 편이다.

강 연구사는 포천 철불과 미등록 불상은 1930년 경복궁 근정전 회랑에서 함께 전시된 적도 있다는 점으로 미뤄 짝을 이루는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중앙박물관 유물번호를 보면 포천 철불 다음인 '본관 9976'이 '철조여래좌상'으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 유물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반면 유물번호 '본관 9974'는 '금동제 불상'(한국전쟁 망실), '본관 9977'은 '금동광배(光背·빛을 형상화한 장식물) 단편'이어서 포천 철불과 관련성이 없다고 강 연구사는 강조했다.

그는 "본관 9975와 본관 9976 유물카드에는 동일하게 '경기도 포천 이동면 백운동, 윤만명 발견, 1925년 12월 17일, 가격 100.00원'으로 기록됐다"며 총독부 공문서 중 '경기도 포천군 흥룡사 발견 철불과 운송'에 철제 좌불 2점에 대한 결재를 바란다는 내용이 있어 미등록 불상이 '본관 9976' 철조여래좌상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박물관은 이러한 견해를 반영해 최근 통일신라 철불을 '본관 9976' 유물로 등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등록 통일신라 철불 출토지는 포천"
아울러 강 연구사는 또 다른 유리건판 사진을 보면 미등록 불상은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좌상'이며, 표면에 금박과 옻칠을 한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록 지금은 손이 없지만, 과거 모습에서는 오른쪽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왼쪽 손바닥으로 약기(藥器)를 받쳤다"며 "지금까지는 원주 출토 철조약사좌상만이 유일한 철제 약사불상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왼쪽 어깨와 법의(法衣) 등에서 금 성분비가 5.81∼7.88%로 나타났다"며 "예부터 철조여래좌상을 조성한 후 금박을 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