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앤컴퍼니 "마이크로바이옴 패러다임 바꾸겠다"











"그동안 마이크로바이옴하면 단순히 유산균을 떠올렸는데 이제는 항암제로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겠습니다."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부사장은 14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13일 독일 머크와 미국 화이자와 임상시험 협력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머크와 화이자가 보유한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과 지놈앤컴퍼니가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GEN-001을 암 환자에게 함께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을 추진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지놈앤컴퍼니가 처음이다. 전세계에서는 다섯번 째다. 2018년 12월 미국 베단타(Vedant) 바이오사이언스가 BMS의 '옵디보'와 병용 임상을 발표했고 미국 에벨로(EVELO) 바이오사이언스와 영국 4D 파마는 각각 MSD의 '키트루다'와 공동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신로직(Synlogic)이 스위스 로슈의 '티센트릭'과 함께 임상을 한다고 발표했다. 앞선 4개의 임상이 모두 최근 1년 새 가시화됐을 정도로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항암제 간 병용 임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상반기 중 미국식품의약국에 임상시험 신청서를 접수하고 임상에 진입해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임상 1,2상 과정을 총괄하고 비용을 조달한다. 머크와 화이자는 병용 임상에 투입되는 약물을 무상 공급한다. 지놈앤컴퍼니는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제공받을 수 있어 약 100억원 가량의 임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임상 비용은의 절반 가량을 지원받는 셈이다.

지놈앤컴퍼니와 머크, 화이자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임상시험의 계획 및 운영, 결과 평가에 대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부사장은 "임상 규모는 100명 이내로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대 2~3년 걸릴 수 있다"며 "글로벌 회사와 협업을 임상개발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다양한 암종의 환자에게 바벤시오와 GEN-001를 같이 투여하고 효능을 살펴보게 된다. 전임상 단계에서 동물시험을 한 결과 GEN-001을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기존에 면역관문억제제가 듣지 않았던 환자들이 GEN-001을 같이 사용했을 때 효능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마이크로바이옴은 부작용이 없고 안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항암제와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는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업계는 이번 임상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기능식품인 유산균에서 항암제로 진화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서 부사장은 "지놈앤컴퍼니가 항암제로 개발 중인 GEN-001은 건강한 여성의 장에서 추출한 균주에서 나온 것"이라며 "호주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캡슐 형태로 경구 복용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의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의 군집, 즉 장내균총을 뜻한다. 최근에는 아토피 피부염, 면역질환 등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GEN-001 외에도 난임 치료제, 아토피, 여드름 치료제, 화장품, 미세먼지 관련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치매나 인지기능을 높여주는 건강기능식품도 파트너사들과 협의 중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인 GEN-001의 임상이 시작되는 연내 상장 계획도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