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왼쪽은 박태훈 왓챠 대표.
15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왼쪽은 박태훈 왓챠 대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박태훈 대표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통신사)에게 내는 망 비용(망 사용료)이 비싸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등 혁신적인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다.

망 사용료는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사이의 해묵은 논쟁거리다. 네이버를 비롯한 CP들은 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하는 대가로 통신사에 비용을 지급해왔다. 대형 CP의 경우 매년 수백억원의 망 비용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네이버, 카카오, 콘텐츠 스타트업 등 국내 CP를 중심으로 한국의 망 사용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망 사용료는 미국에 비해 여섯배 이상 비싸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망 비용이 내려가는 추세인데 오히려 올라가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비싼 망 비용은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4K·AR·VR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높은 망 비용 때문에 판교에서 일하던 VR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비용이 비교적 싼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CP의 망 사용료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했다. 트래픽을 보내는 통신사가 받는 통신사에 접속료를 지급하도록 한 정산 규정을 손봤다. 해당 규정 아래에선 CP를 많이 유치할수록 더 많은 접속료를 내야 한다. CP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적돼온 이유다. 이번 개정으로 한 통신사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다른 통신사 트래픽의 1.8배를 넘지 않으면 접속료를 주고받지 않게 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그러나 이번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2016년 접속료 정산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망 사용료는 비쌌다"며 "통신사업자를 과도하게 지원하는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