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합의 서명 후 악수하는 트럼프-류허 [사진=AP 연합뉴스]
미중 무역합의 서명 후 악수하는 트럼프-류허 [사진=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1·2위를 형성하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하면서 자동차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에서 미국 업체가 약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측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3일 미중이 공식 합의를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공식적으로 서명해 합의를 마무리한 것이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첫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지 약 18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던 두 국가간 첫 합의여서 산업계에 의미가 깊다. 특히 수년간 장기 불황으로 신음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불투명성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날 발표된 미중 무역합의를 반기면서도 자사의 이익에 따른 셈법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로 중국에 압력을 넣자 중국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자동차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이 계획이 현실화됐다면 불똥은 한국·유럽·일본 자동차 업체로 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날 서명한 합의문은 총 96쪽 분량으로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농산물, 금융서비스, 거시정책·외환 투명성, 교역 확대, 이행 강제 메커니즘 등 8개 챕터로 구성됐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 379억달러,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등이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추가 구매하게 될 미국산 공산품에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액으로 보면 가장 영향이 큰 분야다.

업계는 중국에서 미국 자동차 업체의 판매량이 증가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중국승용차정보연석회의(CPC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폭스바겐·벤츠를 앞세운 독일과 도요타 중심의 일본 브랜드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1~5위권을 형성하며 강세를 보였다. 현대기아차도 10위권 내 이름을 올렸다. 반면 미국 업체는 10위권 이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이 미국 자동차 수입을 확대하면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경쟁 심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전기차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 육성하는 자국의 전기차 시장만큼은 미국에 제한을 두지 않았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치를 기존 '20% 이상'에서 25%로 상향하고 2035년 목표치는 기존 60%에서 '대다수'로 높이는 등 전기차 시장 육성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가장 수혜를 본 미국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중국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설립,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지난달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중형 전기차 세단 '모델3'에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테슬라의 투자에 화답했다. 미중 양국간 화해 무드가 조성된만큼 중국 내 테슬라의 생산량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과도한 해석은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침체 일로에 있고 공급도 과도한 상태여서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며 "중국은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굴기를 산업정책 목표로 정하고 있어 중국 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