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하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경영을 위협할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친노동정책’ 등이 꼽혔다.
기업 10곳중 9곳 "올해 경제 반등 어렵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2020년 기업 경영환경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9~20일 국내 주요 기업 109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46.3%가 ‘작년과 비슷할 것’, 42.6%는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1.1%에 불과했다.

조사 기업의 48.6%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 ‘1%대 후반’이 33.9%, ‘1%대 중반’은 8.3%, ‘1%대 초반’은 6.4%였다. ‘2%대 초반’이라는 답변은 46.3%였다. 조사 기업 대부분이 지난해(한은 추정치 2.0%)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낮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에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절반에 가까운 46.8%가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대체로 동의한다’는 답변은 45.0%였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는 ‘별로 만족 못 한다’(35.3%) ‘매우 만족 못 한다’(8.8%) 등 부정 평가가 절반에 가까웠다. ‘보통이다’는 답변은 46.1%, ‘만족한다’는 답변은 9.8%였다.

가장 잘하는 정책 분야를 선정해달라는 질문엔 ‘잘하는 분야가 없다’(20.0%)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남북정책’(19.1%), ‘혁신성장’(13.0%)이 뒤를 이었다. 못하는 정책으론 ‘규제정책’(27.3%)과 ‘부동산·가계대출정책’(23.1%), ‘노동정책’(11.3%) 등이 거론됐다.

올해 기업 경영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36.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산업경쟁력 약화’(33.6%)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11.2%)을 우려하는 기업도 많았다. 기업들은 이 같은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주력 산업 분야의 투자·생산·수출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해 자동차 생산 대수는 전년 대비 1.9% 감소한 395만1000대로 집계됐다. 자동차 생산 대수가 400만 대를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351만3000대) 후 10년 만이다.

자동차업계는 르노삼성 ‘로그’ 위탁생산 물량 감소, 한국GM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국내 생산라인 조정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차 및 부품업계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도 맞물렸다는 평가다.

작년 신차 판매량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부진 등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한 178만 대 판매에 그쳤다. 수출은 1.9% 줄어든 240만2000대였다.

자동차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올해 상황이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아서다. 완성차 업체가 생산 물량을 줄이면서 이들과 거래하는 부품회사가 줄도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익환/구은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