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총선 출마 위해 사의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 15일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 출마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싱크탱크'인 국책연구기관 수장이 정치 참여를 위해 직을 내려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내려간다"며 전날 사직서를 냈다. 이 전 원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였다. 이 전 원장 측근에 따르면 그는 경남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예비후보 출마 여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출마 지역구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수 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이 원장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이 전 원장은 KIEP 재임 시절부터 정부·여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KIEP가 지난해 8월 개최한 ‘비무장지대(DMZ) 평화경제 국제포럼’이 대표적인 사례다. KIEP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 기획한 이 행사는 지난해 초 이 원장이 직접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건의해 성사됐다. 당시 한·일 경제전쟁, 미·중 환율전쟁 등 매머드급 대외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담당 국책연구기관이 ‘코드 맞추기용 행사’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들 사이에서는 다른 친여권 성향 국책연구기관장들도 총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출마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인사로는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이 꼽힌다. 김 원장은 조세연 원장에 취임하고 나서도 한동안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가 뒤늦게 탈당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책연구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정관에 위배돼 임용 자체가 원천무효"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김 원장이 총선에 출마할 뜻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부원장은 "국책연구기관장이 정치에 뛰어드는 건 연구자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라며 "국책연구기관은 높은 수준의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데 이런 일이 빈번해지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논공행상'식으로 국책연구기관장 자리를 나눠줬다가 정권이 바뀐 후 물갈이하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