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기업 환경·실적 꿰뚫어야 高수익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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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정구·이서구 가치투자자문 공동대표 가치투자
운용·자문사 부진속
작년 수익률 23% '군계일학'
운용·자문사 부진속
작년 수익률 23% '군계일학'
“반도체라고 가치투자와 관련 없는 게 아닙니다. 대세 업종 내에서도 개별 종목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가치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박정구(58·왼쪽) 이서구(57·오른쪽) 가치투자자문 공동대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가치투자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시장에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자문사들의 수익률은 썩 좋지 않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가치주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2.21%(지난 16일 기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문의 수익률은 지난해 23.03%였다. 가치투자자문을 창업한 2002년 8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수익률은 2142.54%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03.47%)을 열 배 이상 웃돈다.
박 대표는 “거시적 경제 흐름이나 업종 전망보다는 각 종목 자체의 구체적 상황 변화에 집중한 게 높은 수익률을 올린 비결”이라며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일부 공정 아웃소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이익이 적게 남거나, 변동성이 큰 부분은 협력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수주하는 업체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필요한 부품인 타이밍 컨트롤러를 삼성전자가 외주화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언급했다. 이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아나패스 등이 만든다. 박 대표는 “반도체 회로 기판과 관련해서도 외주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런 변화가 상당부분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도 구체적 상황 변화에 집중한 투자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랜트 발전설비 기업 S&TC의 사례를 언급했다. S&TC의 주가는 지난해 79.1% 올라 가치투자자문의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 S&TC의 영업이익은 2018년 19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16억원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S&TC는 기계업종으로서 최근 주목받는 최첨단 산업은 아니다”며 “지난해 중동 플랜트 건설 동향에 변화가 생기면서 수혜 종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만 팔아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보고 석유화학 등 연관 산업을 스스로 키우기 시작했다”며 “이를 위한 공장을 새로 짓고 있어 관련 설비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목도가 떨어지는 업종 가운데서도 주변 상황 변화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뛸 수 있는 종목이 있기 때문에 이를 찾아야 한다”며 “이들 종목은 대세 업종에 포함된 게 아니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가치투자의 시대는 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모두가 동등한 수준의 투자정보를 갖게 되면서 액티브 투자가 패시브 투자를 앞서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새롭게 변화하는 기업환경과 실적을 연구하면 기회는 항상 있다”며 “연구를 통해 시장에 새로운 정보가 유통되기 때문에 가치투자가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박정구(58·왼쪽) 이서구(57·오른쪽) 가치투자자문 공동대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가치투자는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시장에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자문사들의 수익률은 썩 좋지 않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가치주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2.21%(지난 16일 기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문의 수익률은 지난해 23.03%였다. 가치투자자문을 창업한 2002년 8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수익률은 2142.54%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03.47%)을 열 배 이상 웃돈다.
박 대표는 “거시적 경제 흐름이나 업종 전망보다는 각 종목 자체의 구체적 상황 변화에 집중한 게 높은 수익률을 올린 비결”이라며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일부 공정 아웃소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이익이 적게 남거나, 변동성이 큰 부분은 협력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수주하는 업체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필요한 부품인 타이밍 컨트롤러를 삼성전자가 외주화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언급했다. 이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아나패스 등이 만든다. 박 대표는 “반도체 회로 기판과 관련해서도 외주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런 변화가 상당부분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도 구체적 상황 변화에 집중한 투자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랜트 발전설비 기업 S&TC의 사례를 언급했다. S&TC의 주가는 지난해 79.1% 올라 가치투자자문의 성과에 크게 기여했다. S&TC의 영업이익은 2018년 19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16억원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S&TC는 기계업종으로서 최근 주목받는 최첨단 산업은 아니다”며 “지난해 중동 플랜트 건설 동향에 변화가 생기면서 수혜 종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만 팔아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보고 석유화학 등 연관 산업을 스스로 키우기 시작했다”며 “이를 위한 공장을 새로 짓고 있어 관련 설비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목도가 떨어지는 업종 가운데서도 주변 상황 변화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뛸 수 있는 종목이 있기 때문에 이를 찾아야 한다”며 “이들 종목은 대세 업종에 포함된 게 아니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가치투자의 시대는 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모두가 동등한 수준의 투자정보를 갖게 되면서 액티브 투자가 패시브 투자를 앞서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새롭게 변화하는 기업환경과 실적을 연구하면 기회는 항상 있다”며 “연구를 통해 시장에 새로운 정보가 유통되기 때문에 가치투자가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