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4·15 총선을 90일 앞둔 16일 더불어민주당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주택거래허가제 검토를 고려중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강 수석의 개인적인 의견이다"라고 선긋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당과 협의한 적은 전혀 없다. 시장경제에 적절치 않다"면서 강 수석의 주택거래허가제 언급 논란을 진화하는데 주력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나와 "강 수석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청와대 내에서는) 공식적 논의 단위는 물론, 사적인 간담회에서도 검토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회자가 ‘질책해야 하는 사안 아닌가’라고 묻자 “강 수석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필’이 꽂혀서(집중하다 보니) 이를 강조하다가 나온 말”이라며 “아침에 강 수석을 만나 ‘사고 쳤네’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강 수석은 왜 이런 대형사고를 쳤을까.

청와대 정무수석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인 정책을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도 '개인 생각이었다'는 해명이면 끝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정부의 여러 안 중 한가지를 언급했다가 여론 및 국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슬그머니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앞서 강 수석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주장에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부동산을 허가받고 매매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강 수석은 "그렇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강 수석은 '15억 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도 대출 금지 조치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출 제한을 더 낮추는 문제도 고민을 해야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진행자가 '실수요자들이 어려워 지지 않겠나?'라고 묻자 "평균치를 내보면 실수요자의 부동산 가격은 8~9억 원이다. (대출 제한을)더 낮춰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보유세에 대해서도 "공시가가 올라가고 그러면 보유세가 사실상 더 올라가는 상황으로도 가기 때문에 그 점도 필요하다고 보고, 특히 전세가가 오르는 것에 대한 대책도 좀 추가로 준비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정책실장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경제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책 메뉴를 지금 제가 다 갖고 있다"고 말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추가 강도높은 부동산 정책 발언에 힘을 보탰다.

김 실장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단순한 안정화가 아니라 일정 정도 하향 안정화 쪽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모든 정책수단을 다 올려놓고 필요하면 전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초강경 대책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위화감을 느낄 만큼 가격이 오른 곳은 원상회복해야 한다"며 "정부는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검토 방침에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내 집을 사고 팔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다"라며 "허가를 못 받으면 집을 사고팔지 못한다. 한 70%는 벌써 공산주의가 다됐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강 수석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언급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에서 용납할 수 없다. 사유재산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엉터리 부동산 정책으로 수도권 집값만 올리고 총선에서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말도 안 되는 발상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투기로 대표된다. 1년만에 1억8000만원을 번 솜씨"라고 저격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시각이 삐뚤어져 있다”며 “집값을 올려놨다가 원상 회복시킨다고 큰소리친다. 할 수 없는 것을 하겠다고 큰소리치고 허풍 떠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핵심 인사의 '사고' 한탕에 만 하루 동안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사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혼란과 우려로 들썩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