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면 문을 꽉 닫고 에어컨을 틀어놓은 뒤 식사를 하곤 했다. 식사 후에는 에어컨을 끄고 꼭 환기를 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 갈비찜, 청국장처럼 냄새가 진한 음식을 먹은 다음날 에어컨을 틀면 에어컨 안에 배어 있던 음식 냄새가 다시 뿜어져 나왔다. 꿉꿉한 장마철 에어컨을 틀었다 끄기를 반복하자 나중에는 쾨쾨한 곰팡이 냄새까지 나곤 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이상하게 에어컨 바람이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에어컨을 열어 내부를 확인한 순간, 회색 먼지가 엉겨 붙어 있는 필터를 발견하게 된다. 더러운 필터가 바람길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깨끗한 바람’ 관리에 나섰다. 이번주 동시에 출시한 삼성 2020년형 무풍 에어컨과 LG 2020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을 통해서다. 두 회사 모두 자동 청결 관리 기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전면 패널을 소비자가 편하게 분리해 내부를 청소할 수 있는 ‘이지케어’ 기능을, LG전자는 에어컨 안의 로봇 청소기 모듈인 ‘필터 클린봇’이 극세필터를 자동 청소하는 기능을 새로 선보였다. 각사 에어컨 담당자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양사 제품을 비교 분석해 봤다.

삼성 2020년형 무풍 에어컨
LG전자가 16일 내놓은 2020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
LG전자가 16일 내놓은 2020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
▷무풍에어컨 전면 패널의 특성상 에어컨 내부에 습기가 차는 문제는 해결했나.(무풍에어컨은 27만 개의 미세 구멍으로 이뤄진 전면 패널로 이뤄져 있어 기존 에어컨과 구조가 다르다)

“에어컨 가동 후 내부에 남아 있는 물기를 건조해 주는 3단계 자동 청소 건조 기능을 갖췄다. 10분간 강풍으로 내부를 건조하고, 습도를 센싱해 무풍으로 10분, 또 한 번 습도에 맞춰 무풍으로 10분 등 총 30분간 ‘스스로’ 건조 작업을 한다.”

▷전면 패널을 소비자가 직접 분리해 내부를 청소할 수 있도록 했는데 번거롭지 않을까.

“모두 수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소비자가 있는데 아니다. 앞서 언급한 자동 청소 기능을 활용하되, 내부 청결에 더 신경쓰는 소비자는 별도의 도구 없이 전면 패널 전체를 분리해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미세 구멍으로 이뤄진 전면 패널을 직접 씻어서 관리하고, 내부 팬의 블레이드도 직접 닦을 수 있다.”

▷필터 관리 측면에서 달라진 점은 없나.

“삼성전자 3중 필터는 △극세필터 △탈취필터 △초미세먼지제거필터로 이뤄져 있다. 기존에 꺼내서 씻을 수 있는 극세필터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제거필터도 전기 집진 방식으로 교체할 필요 없이 물로 씻어 관리할 수 있다.”

삼성·LG의 '깨끗한 바람' 대결 승자는
▷에어컨에 음식 냄새가 밴다는 불편 사항이 있었다.

“‘음식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다’는 고객의 소리(VOC)를 듣고 원인을 찾아 보니 열교환기가 집 안 공기를 흡수하는 과정 중 이곳에 맺힌 수증기에서 냄새가 배고 곰팡이가 생긴다는 걸 발견했다. 냉각기를 통해 열교환기를 20분간 동결하면 열교환기 부분에 ‘살얼음 캡슐’이 생긴다. 이를 다시 해동하면 물방울이 되는데 이 물방울이 열교환기에 쌓인 먼지와 냄새까지 쓸어내리도록 했다. 이 과정을 최대 80분간 반복한다. 오염물은 응축수를 통해 배출된다. 이번 신제품에 적용된 ‘스마트 냉방 세척’ 기능이다.”

LG 2020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
LG전자가 16일 내놓은 2020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
LG전자가 16일 내놓은 2020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
▷‘필터 클린봇’이 필터에 있는 큰 먼지만 흡수할 뿐 미세먼지 청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로봇 청소기가 에어컨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로봇 청소기는 미세먼지까지 모두 흡수하지 않나. 하루 8시간씩 에어컨을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1주일에 한 번씩 에어컨 극세필터를 자동 청소한다. 대신 소비자가 6개월 한 번 먼지통을 비워줘야 한다.”(필터 클린봇의 기능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LG전자는 ‘세척’ 대신 ‘청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럼 소비자가 직접 필터를 꺼내서 물로 세척할 수는 없나.

“소비자가 원하면 기존 에어컨처럼 극세필터를 꺼내서 물로 세척한 뒤 말려서 넣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나머지 제품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주면 된다. LG전자 제품은 △극세필터 △초미세미니필터 △초미세플러스필터 △집진이오나이저 등 4단계 필터 외에 지름 1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이하 초미세먼지까지 감지할 수 있는 PM1.0 센서를 장착했다.”

삼성·LG의 '깨끗한 바람' 대결 승자는
▷경쟁사는 전면 패널을 분리해 내부를 직접 확인하고 닦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소비자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에어컨 내부 송풍팬을 직접 닦는 대신 송풍팬을 자외선(UV) 발광다이오드(LED)로 살균처리하는 UV 나노 기능을 적용했다. 업계 최초다. UV 나노는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곳에 자외선을 쐬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을 살균한다. 독일 인증기관 TUV라인란드 등에서 유해 세균을 99.9% 살균해 주는 효과를 검증받았다.”

▷에어컨 가동 후 남아 있는 내부 습기는 어떻게 없애나.

“냉방 운전 후 전원을 끌 때 열교환기를 바람으로 말려주는 ‘자동건조 시간’ 설정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습도에 따라 10분, 30분, 60분 중 선택할 수 있다. 기존의 송풍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고재연/김보형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