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은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진행되는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에 재판 시간 30분 앞서 법원에 도착했다. 증인으로 채택됐던 손경식 CJ 회장은 일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검은 코트에 회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이 부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이동했다. 이번 재판의 중요 내용으로 삼성이 지난 9일 출범을 예고한 준법감시위원회가 꼽힌다.
지난 재판에서 재판부는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똑같은 요구를 받으면 뇌물 공여를 할 것인지,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다음 기일 전에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밝혔다. 위원장에는 진보 성향 김지형 전 대법관이 내정됐다.
삼성 측은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임직원은 물론 최고경영진이 법을 준수하는지 감독하고 견제하며, 필요시 법 위반 사항을 직접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손 회장의 증인 불참도 변수로 꼽힌다. 손 회장은 지난 2018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1심에 출석해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인물이다. 때문에 손 회장은 이 부회장의 뇌물 수동성을 입증하는데 핵심 증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11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써밋' 행사장에서도 손 회장은 "재판부에서 오라고 하면 국민된 도리로서 가겠다"며 재판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14일 일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29일 삼성이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말 세마리(약 34억 원)의 실질 소유주가 최서원으로 보고 이 부회장의 사건을 2심 재판부로 파기환송했다. 또한 삼성이 영재센터에 제공한 후원금 16억 원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 승계와 관련한 제3자 뇌물로 판단, 총 뇌물 액수가 원심 36억 원이 아닌 86억 원으로 판단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지만, 2심에서 삼성의 승마지원 용역대금만 유죄 판단을 받아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2월 석방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게 돼 있어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형량 증가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 선고는 다음 달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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