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컬처insight] TV안에 들어온 15분 영상…유튜브 시대에 적응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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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의 시대, TV가 ‘적응’을 시작한걸까. 유튜브를 통해 짧은 영상이 주는 막강한 파급효과를 학습한 TV는 나름의 적응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15분 이하의 ‘숏폼(short-form)’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나 PD가 말한 제작 배경을 들어봐도 그 적응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10분 정도 시청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10분을 시청하는 패턴이라면 제작자가 거기에 맞춰야 하지 않겠나.그렇다고 ‘알아서 끊어보세요’라고 던지는 건 조금 무책임하다. 유튜브 클립은 하나를 보면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각자 한 코너를 보고 다른 코너로 넘어가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이같은 변화는 나 PD의 이야기처럼 시청 패턴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기존엔 무작정 TV 앞에 1시간 이상 머물며 긴 호흡의 프로그램을 보아야 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방송을 끈질기게 보고 있는 건 쉽지 않았다. 잠깐 보다가도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면 중간에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이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보완해 준 것이 유튜브였다. 어디에 있든 무얼 하고 있었든 휴대폰을 통해 짧은 영상을 보며 잠깐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로 시작된 급변한 시청 패턴의 변화 앞에서 TV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혼돈의 시기를 지나 새로운 ‘적응’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숏폼 제작은 TV가 일방적인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의 일상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패가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유튜브에선 익숙한 숏폼이 TV안으로 들어오자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시도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적응하다’는 뜻을 담은 책 <어댑트>의 저자 팀 하포드는 이렇게 말한다. “변이와 선택을 반복하는 ‘시행착오’가 있어야만 진화가 이뤄진다.” TV는 또 한번의 진화를 위해 그 시행착오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