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루자 폭로에 미 대사 불법감시 의혹도…우크라·미국, 관련 조사 착수
미 상원의 탄핵안 부결 움직임 속 새로운 폭로·의혹 터져나온 형국
꺼져가는 불도 다시 봐라?…되살아나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미국 의회의 탄핵 절차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점차 소멸의 길을 걷는가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법감시'라는 새로운 키워드와 함께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겼으나 결정적인 한 방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스캔들이 꺼질 듯 꺼질 듯하면서도 생명력을 이어가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우크라이나는 16일(현지시간) 자국에서 불거진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처음 불거진 이번 의혹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또한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은 새롭게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업가의 집과 사업체를 전격 조사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원의 문턱을 못 넘더라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양국 수사당국의 손에서 당분간 더 굴러갈 것으로 보인다.

◇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미 상원서 탄핵안 신속 부결에 무게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25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4억 달러 규모 군사원조를 대가로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그의 아들 헌터가 이사로 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 홀딩스'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고 2016년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퇴진을 압박했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트럼프-젤렌스키의 통화 내용이 지난해 9월 내부고발자에 의해 폭로되자 9월 24일 탄핵 조사를 공식화했고, 결국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에 대해 권력 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지난 15일 상원에 넘겨졌고, 상원은 오는 21일부터 본격적으로 탄핵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공화당은 속전속결로 탄핵심리를 진행해 탄핵소추안을 부결하겠다고 별러 왔으며, 백악관 관계자도 2주 내 탄핵심판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자신은 부정한 거래를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원의 탄핵심리 과정에서 나온 모든 증언은 '전언'에 불과하며 뚜렷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비난했다.
꺼져가는 불도 다시 봐라?…되살아나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 트럼프 변호인 측근의 새로운 폭로…"트럼프가 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흐지부지 끝날 것 같았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그러나 공교롭게도 탄핵소추안이 상원으로 넘어간 날 새로운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불씨가 되살아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의 측근인 레프 파르나스는 15일 MSNBC 인터뷰에서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 메시지는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수사 개시를 발표하지 않으면 군사 원조뿐만 아니라 모든 원조가 끊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파르나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모든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 "나는 줄리아니나 대통령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전언'이 아닌 당사자의 직접 증언이 나온 것이다.
꺼져가는 불도 다시 봐라?…되살아나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또한 그 하루 전인 14일에는 파르나스가 측근인 사업가 로버트 하이드와 나눈 스마트폰 메시지가 민주당에 의해 공개됐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는 하이드가 파르나스에게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마리 요바노비치의 위치와 휴대전화 사용 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하이드는 파르나스에게 "그녀는 세 사람과 이야기했다.

전화기와 컴퓨터는 꺼져있다", "그녀는 철저한 감시 아래 있다.

우리가 내부에 사람을 심어뒀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이에 파르나스는 글자로 웃는 모습을 형상화한 "lol"을 답으로 보냈다.

CNN은 "문자 메시지는 하이드가 요바노비치 대사를 감시하고 축출하려는 노력에 연루됐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하이드는 "나는 그저 우리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은 요바노비치를 불법감시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요바노비치 대사는 지난해 5월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해임돼 소환 조처됐다.

그는 그간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압박에 동조하지 않자 줄리아니가 자신을 중상모략해 해임됐다는 주장을 펴왔다.

◇ 미국대사 불법감시 의혹에 우크라 등 수사 개시
이 문자가 공개되자 이번에는 지금껏 침묵하고 있던 우크라이나가 반응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줄리아니의 측근들이 요바노비치 대사를 축출하기 위해 불법 감시를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러한 불법 활동을 무시할 수 없다"며 경찰의 수사 착수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내무부는 제삼자에 의한 요바노비치 전 대사 불법 감시가 사실이라면 주재국의 외국 외교관 권리 보호를 규정한 빈 협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수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실제로 우크라이나법과 국제법 위반이 있었는지, 혹은 그것(언론 보도 내용)이 2명의 미국인 (사업가) 사이의 비공식 대화 중에 나타난 허세나 가짜 정보인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무부는 FBI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FBI도 이날 하이드의 집과 사업체를 전격 조사했다.

CNN은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FBI는 하이드가 요바노비치와 관련해 한 역할과, 그와 파르나스와의 관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상원의 탄핵심리와 상관없이 굴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