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처럼 LNG船도 '초격차'…韓 조선, 3년 연속 세계 1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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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선사 작년 수주 1위
기술력 압도적 우위
기술력 압도적 우위
한국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주축으로 3년 연속 세계 수주 1위 자리를 노린다. 한국은 작년 세계 LNG선 발주량의 80% 이상을 따내며 중국의 추격을 따돌렸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LNG선 발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싹쓸이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카타르發 단비
17일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작년 94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선박 발주(2529만CGT) 중 37.3%를 한국이 차지했다.
2위인 중국의 수주량은 855만CGT였고, 일본(328만CGT)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작년 상반기까지 중국에 밀렸지만 하반기 LNG선 싹쓸이 수주 덕분에 역전에 성공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LNG선 수주 행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에서 대규모 발주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작년 5월 최대 100척의 LNG선을 순차적으로 발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주 물량이 올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는 현재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LNG선 발주 규모가 작년의 두 배인 80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혁신으로 일본 따돌려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LNG선 싹쓸이 수주를 자신하는 건 기술력 우위 때문이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반도체산업처럼 중국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품질을 바탕으로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LNG선 시장은 1990년대까지 일본 조선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구형 LNG선 ‘모스형’을 고집하는 동안 한국은 신형 ‘멤브레인형’ LNG선 건조에 나섰다. 공 모양의 탱크에 LNG를 담는 모스형은 적재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박스 모양의 탱크를 탑재한 멤브레인형은 모스형보다 적재량을 40%가량 늘릴 수 있다.
모스형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한국 조선사들은 혁신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현대중공업은 이중방벽구조의 화물창을 설계해 안정성을 높였다. 삼성중공업은 LNG 저장탱크에서 기화된 천연가스를 거의 100% 재액화하는 기술로 연료 낭비를 줄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천연가스 추진 엔진이 탑재된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일본 선주들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멤브레인형을 선호한다. 이번 카타르의 발주 물량도 100% 멤브레인형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조선사들은 일찌감치 ‘패’를 접었다.
시장 신뢰 잃은 中 조선사
중국 조선사들이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력과 품질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에서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후둥중화조선뿐인데 여기서 만든 LNG선(글래드스톤호)이 2018년 6월 호주 인근 바다에서 고장으로 멈춰서며 선주들의 신뢰를 잃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가격경쟁력이 중요하지만 LNG선은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조선사들이 2000년대 중반과 같은 호황을 다시 누리려면 LNG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작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2013년(약 5000만CGT)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대규모 LNG선 수주가 기대되지만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다른 선종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올해 카타르發 단비
17일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작년 94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해 세계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선박 발주(2529만CGT) 중 37.3%를 한국이 차지했다.
2위인 중국의 수주량은 855만CGT였고, 일본(328만CGT)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작년 상반기까지 중국에 밀렸지만 하반기 LNG선 싹쓸이 수주 덕분에 역전에 성공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LNG선 수주 행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에서 대규모 발주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작년 5월 최대 100척의 LNG선을 순차적으로 발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주 물량이 올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는 현재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LNG선 발주 규모가 작년의 두 배인 80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혁신으로 일본 따돌려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LNG선 싹쓸이 수주를 자신하는 건 기술력 우위 때문이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반도체산업처럼 중국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품질을 바탕으로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LNG선 시장은 1990년대까지 일본 조선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구형 LNG선 ‘모스형’을 고집하는 동안 한국은 신형 ‘멤브레인형’ LNG선 건조에 나섰다. 공 모양의 탱크에 LNG를 담는 모스형은 적재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박스 모양의 탱크를 탑재한 멤브레인형은 모스형보다 적재량을 40%가량 늘릴 수 있다.
모스형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한국 조선사들은 혁신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현대중공업은 이중방벽구조의 화물창을 설계해 안정성을 높였다. 삼성중공업은 LNG 저장탱크에서 기화된 천연가스를 거의 100% 재액화하는 기술로 연료 낭비를 줄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천연가스 추진 엔진이 탑재된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일본 선주들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멤브레인형을 선호한다. 이번 카타르의 발주 물량도 100% 멤브레인형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조선사들은 일찌감치 ‘패’를 접었다.
시장 신뢰 잃은 中 조선사
중국 조선사들이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력과 품질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에서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은 후둥중화조선뿐인데 여기서 만든 LNG선(글래드스톤호)이 2018년 6월 호주 인근 바다에서 고장으로 멈춰서며 선주들의 신뢰를 잃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가격경쟁력이 중요하지만 LNG선은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조선사들이 2000년대 중반과 같은 호황을 다시 누리려면 LNG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작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2013년(약 5000만CGT)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대규모 LNG선 수주가 기대되지만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다른 선종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