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저주' 호주 산불…남한 면적 태우고 재산피해 80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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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기후변화로 신음하는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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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지난해 9월 시작된 대규모 산불이 5개월이 넘도록 잡히지 않고 있다. 남한 면적(9만9373㎢)보다 넓은 약 12만㎢가 소실됐다. 이번 화재로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재산 피해가 1000억호주달러(약 80조원)가 넘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호주에서는 원래 여름(12~2월)에 고온 건조해 매년 이맘때 크고 작은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이번에는 예년에 비해 더 덥고 비가 적게 와 피해가 커졌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스콧 모리슨 총리가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는 등 호주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불로 초토화된 호주
이번 호주 산불은 뉴사우스웨일스주와 퀸즐랜드주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은 호주 전체 산림의 약 55%가 집중돼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가장 피해가 큰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가옥 1000채 이상이 전소됐다. 산불 발생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에는 이 지역에서 150건 이상의 산불이 동시에 번진 적도 있다.
호주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소방대원 10명을 포함해 30명이다. 하지만 산불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자가 20여 명이나 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산 피해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호주 보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보험사에 청구된 화재 피해액은 13억4000만호주달러(약 1조700억원)였다. CNN은 “호주 산불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가 100억호주달러(약 8조원)까지 늘 것”으로 추산했다. 피해 복구 비용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 퀴긴 퀸즐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CNN 기고에서 “재난으로 인한 최종 비용이 1000억호주달러(약 80조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화마(火魔)로 야생동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이번 사태로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불에 타 죽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인 코알라는 전체 개체 수의 절반인 약 3만 마리가 희생돼 멸종설까지 나오고 있다. 호주에만 서식하는 웜뱃과 캥거루 개체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온난화와 정부 무능이 낳은 재앙
전문가들은 이번 호주 산불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산불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호주의 평균 기온은 1910년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 12월 말 호주의 모든 주가 40도를 넘었으며 이달 4일에는 시드니 팬리스의 기온이 48.9도까지 치솟아 지구상 최고 온도 지역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강수량은 예년에 비해 40% 적어 19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불러온 인재라는 지적도 있다. 사태가 심각한데도 정부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판이다. 모리슨 총리는 산불로 인한 피해가 커진 지난해 12월 중순 하와이로 가족 휴가를 떠나 빈축을 샀다. 앤드루 콘스탄스 뉴사우스웨일스주 교통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냥 산불이 아니라 핵폭탄 수준인데도 중앙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의로 산불을 내는 방화 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호주 경찰당국에 따르면 산불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200여 명이 방화 혐의로 체포됐다.
비판이 고조되자 호주 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기존 소방 인력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호주방위군 예비군 3000명을 산불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또 화재 피해 복구를 위해 2년간 20억호주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를 인정하며 “화재 진압과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불 재 등 2차 피해도 심각
산불로 인한 2차 피해도 커지고 있다. 호주 전역에서 산불 연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15일에는 호주오픈 테니스 경기에서 한 선수가 호흡 곤란을 이유로 기권하는 일도 있었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에서는 대기질지수가 최근 1000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기질지수가 300보다 높으면 ‘매우 나쁨’, 400을 초과하면 ‘최고 심각’ 단계다. 대기질지수가 1000을 넘으면 하루평균 담배 한 갑을 피우는 것과 맞먹는 악영향을 신체에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불 연기 때문에 인근 국가인 뉴질랜드에서도 매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뉴질랜드 남섬의 빙하지대가 바람을 타고 온 산불 재에 뒤덮여 회갈색으로 변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15일부터 화재 지역 일부에 비가 내려 산불이 잦아들고 있지만 수질 오염, 산사태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개월간의 산불로 발생한 수많은 재가 강과 호수에 흘러들어 식수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산불로 건조해진 땅에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면 홍수로 인한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호주 관광산업도 타격이 우려된다. 관광업은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관광수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약 5개월간 호주를 찾은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줄었다. 위원회는 이번 화재로 관광업에서 45억호주달러(약 3조60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호주에서는 원래 여름(12~2월)에 고온 건조해 매년 이맘때 크고 작은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이번에는 예년에 비해 더 덥고 비가 적게 와 피해가 커졌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스콧 모리슨 총리가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는 등 호주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불로 초토화된 호주
이번 호주 산불은 뉴사우스웨일스주와 퀸즐랜드주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은 호주 전체 산림의 약 55%가 집중돼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가장 피해가 큰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가옥 1000채 이상이 전소됐다. 산불 발생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에는 이 지역에서 150건 이상의 산불이 동시에 번진 적도 있다.
호주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소방대원 10명을 포함해 30명이다. 하지만 산불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자가 20여 명이나 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산 피해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호주 보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보험사에 청구된 화재 피해액은 13억4000만호주달러(약 1조700억원)였다. CNN은 “호주 산불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가 100억호주달러(약 8조원)까지 늘 것”으로 추산했다. 피해 복구 비용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 퀴긴 퀸즐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CNN 기고에서 “재난으로 인한 최종 비용이 1000억호주달러(약 80조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화마(火魔)로 야생동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이번 사태로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불에 타 죽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인 코알라는 전체 개체 수의 절반인 약 3만 마리가 희생돼 멸종설까지 나오고 있다. 호주에만 서식하는 웜뱃과 캥거루 개체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온난화와 정부 무능이 낳은 재앙
전문가들은 이번 호주 산불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산불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호주의 평균 기온은 1910년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 12월 말 호주의 모든 주가 40도를 넘었으며 이달 4일에는 시드니 팬리스의 기온이 48.9도까지 치솟아 지구상 최고 온도 지역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강수량은 예년에 비해 40% 적어 19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불러온 인재라는 지적도 있다. 사태가 심각한데도 정부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판이다. 모리슨 총리는 산불로 인한 피해가 커진 지난해 12월 중순 하와이로 가족 휴가를 떠나 빈축을 샀다. 앤드루 콘스탄스 뉴사우스웨일스주 교통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냥 산불이 아니라 핵폭탄 수준인데도 중앙정부가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고의로 산불을 내는 방화 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호주 경찰당국에 따르면 산불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200여 명이 방화 혐의로 체포됐다.
비판이 고조되자 호주 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기존 소방 인력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호주방위군 예비군 3000명을 산불 현장에 긴급 투입했다. 또 화재 피해 복구를 위해 2년간 20억호주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를 인정하며 “화재 진압과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불 재 등 2차 피해도 심각
산불로 인한 2차 피해도 커지고 있다. 호주 전역에서 산불 연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15일에는 호주오픈 테니스 경기에서 한 선수가 호흡 곤란을 이유로 기권하는 일도 있었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에서는 대기질지수가 최근 1000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기질지수가 300보다 높으면 ‘매우 나쁨’, 400을 초과하면 ‘최고 심각’ 단계다. 대기질지수가 1000을 넘으면 하루평균 담배 한 갑을 피우는 것과 맞먹는 악영향을 신체에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불 연기 때문에 인근 국가인 뉴질랜드에서도 매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뉴질랜드 남섬의 빙하지대가 바람을 타고 온 산불 재에 뒤덮여 회갈색으로 변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15일부터 화재 지역 일부에 비가 내려 산불이 잦아들고 있지만 수질 오염, 산사태 등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개월간의 산불로 발생한 수많은 재가 강과 호수에 흘러들어 식수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산불로 건조해진 땅에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면 홍수로 인한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호주 관광산업도 타격이 우려된다. 관광업은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관광수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약 5개월간 호주를 찾은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줄었다. 위원회는 이번 화재로 관광업에서 45억호주달러(약 3조60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