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리 국가대표 비걸(B-girl)이 서울 장충동 연습실에서 소속팀 '갬블러크루'의 수상 트로피를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예리 국가대표 비걸(B-girl)이 서울 장충동 연습실에서 소속팀 '갬블러크루'의 수상 트로피를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불편하기는 하지만 청각장애가 인생의 걸림돌은 아니었어요. 소리는 안 들려도 박자감이 좋아서 춤추기는 유리했거든요."

청각장애를 딛고 브레이킹 댄서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비걸(B-Girl) 김예리 씨(19)는 '댄서로서 청각장애가 불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청각장애 4급 판정을 받은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보청기를 착용했다. 보청기 도움을 받으면 소리를 들을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들리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상대방의 입술 모양을 읽는 게 소통의 50% 이상"이라고 했다.

김예리 국가대표 비걸(B-girl)이 서울 장충동 연습실에서 춤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예리 국가대표 비걸(B-girl)이 서울 장충동 연습실에서 춤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청력은 남들보다 좋지 않아도 김씨는 음악을 가까이 하는 국가대표 댄서다. 2018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올림픽에선 브레이킹댄스 여자 개인 부문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엔 교육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귀가 안 좋아도 저는 남들이 추는 춤을 보고 바로 따라하는 습득력이나 박자감이 좋다"며 "장애가 오히려 재능을 발견하고, 열심히 연습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의 모든 장애인은 그 사람만 갖고 있는 재능이 있다"며 "장애가 있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낮추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씨도 춤을 출 때 장애로 인한 어려움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소모품인 보청기를 새로 바꾸면 몸이 적응하는 데에 한두달 시간이 필요한데, 새 보청기를 끼고 나갔던 작년 1월 시합에서 갑자기 보청기에서 꽹가리 소리만 들렸다"고 했다. 그는 "당황스러웠지만 상대팀의 춤을 보고 추측한 박자에 따라 춤을 춰서 본선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세계 대회에서 1위를 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했다. 브레이킹 댄서 사이에선 매년 연말에 열리는 '레드불 비씨원(BC One)' 대회가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대회다. 그는 "작녀에는 대회 직전에 무릎을 크게 다쳐 우승자와 만난 8강전에서 떨어졌다"며 "올해엔 철저히 준비해서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