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데이터 3법' 개정, 디지털 통상에 힘 싣는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거세다. 디지털 수단에 의한 상품·서비스 거래가 급증하는 게 대표적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거래는 2017년 29조4000억달러로 2014년보다 33% 늘었다. 한국의 디지털 거래액은 한 해 1조2000억달러로, 세계 5위 규모다. 하지만 개인정보 규제로 데이터 활용에 애로가 많아 개선해야 한다는 기업의 목소리가 컸다.

다행히 지난 9일 국회에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개정은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술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정보 규제 체계가 일원화돼 기업의 규제 순응 비용을 낮추고, 대외적으로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데 필요한 EU의 개인정보보호법 적정성 결정을 앞당길 수 있게 돼 산업계는 반기고 있다.

디지털 교역이 통상의 중심 이슈로 부상한 지 4~5년이 흘렀다. 그간 미국, 일본, EU, 중국 등의 디지털 경제 전환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미·일 무역협정 등 국제통상 규범 정립을 감안하면 이번 법 개정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내용상으로도 시작 단계이기에 필요한 몇 가지 후속 과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데이터의 국제 이동 관련 제도 정비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각지에 상품기획, 연구개발(R&D), 생산, 유통, 마케팅 등 가치사슬을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요 교역국과 이런 활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느냐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도 무역협정을 통해 회원국 간 데이터의 이동을 높은 수준에서 보장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무역체제에 참여하려면 데이터의 국제적 이동에 관한 제도 정비는 필수적이다.

둘째, 디지털 무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대응을 위해 주요 교역국과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일이다. 서버 등 디지털 재화의 물적 공급 기반이 해외에 있으면 개별 국가의 규제와 감독권이 해당 사업자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 소비자 권익 침해, 불공정 거래 등 문제가 발생하면 개별 국가가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버 소재지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 무역 참여자 대부분이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어 중요성이 더 크다.

셋째, 주요 교역국과의 디지털 협력사업 발굴이다. 자율차, 스마트 시티, 디지털 헬스케어 등 새로운 산업은 미래 주요 산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다른 국가들과 정부 간 협력을 통해 자율차 또는 스마트 시티 관련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한다면 해당국과 자연스럽게 상호 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통상의 주요 과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작년 회의에서는 ‘WTO 디지털 무역규범 협상 지지 통상장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모멘텀으로 81개국이 참여하는 협상이 이뤄졌다. 필자는 올해 회의에 참석해 주요국 장관과 향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때마침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데이터 활용 등의 이슈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새로운 통상질서 확립을 주도해나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