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 확정됐으나 검찰서 형집행정지
재판 과정서도 의사소통 불가능…벌금 30억원은 완납
90대에 수감될뻔한 신격호…고령·치매로 병원 등지서 말년
99세를 일기로 19일 세상을 떠난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은 최근 수년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한 바 있다.

그는 작년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지만, 검찰이 건강 문제 등을 사유로 형집행정지를 결정함에 따라 병원과 롯데호텔 등지에서 말년을 보내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경영 비리 의혹으로 아들인 신동빈 회장 등 경영진과 함께 2016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가족과 친인척에게 임대하는 방식을 통해 770억 원대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였다.

신 명예회장은 석 달 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90대에 수감되는 첫 재벌 경영인이 될지 이목을 끌었으나 재판 과정에서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복역을 면했다.

신 명예회장은 재판을 받을 당시 지팡이를 들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지만,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재판부와 의사소통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재판 도중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등 정신이 흐릿한 모습도 보였다.

1심은 신 명예회장의 배임과 횡령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2심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형량만을 다소 감경해 징역 3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고, 이 같은 형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형을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변호인 측이 "고령이고, 중증 치매인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달라"며 형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형사소송법은 수감자가 형 집행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을 때 등 사유에 한해 형집행정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그간 유동식 섭취와 영양 수액으로 최소한의 영양분을 공급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형 생활 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변호인 측 입장이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의료계, 법조계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심의위는 "형 집행 시 급격한 질병 악화 및 사망 위험까지 있다"며 형집행정지를 허가했다.

다만 당시 검찰은 신 명예회장의 거처인 롯데호텔과 병원으로 거주지를 제한하는 조건을 달았다.

신 명예회장은 작년 6월부터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현 이그제큐티브타워) 34층에서 거주해왔다.

형집행정지 가능 최장기간이 6개월로 정해져 있어 6개월마다 검찰의 연장 심사를 받기로 했지만, 신 명예회장은 첫 번째 연장심사가 열리기 전 눈을 감았다.

한편, 신 명예회장 측은 징역 3년과 함께 확정된 벌금 30억원은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당시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