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보고서에 묻힌 문 대통령을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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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신년사는 긍정지표 일색
보고서 내려놓고 현장암행 해보길
박재원 정치부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보고서 내려놓고 현장암행 해보길
박재원 정치부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가봤나?” 향년 99세로 세상을 떠난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이 생전 직원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청와대 인근 삼청동 거리를 걸을 때마다 경제 낙관론을 서슴없이 꺼내드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되새길 필요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삼청동 거리로 들어서는 팔판삼거리부터 국무총리 공관까지 약 200m 거리에는 ‘임대 문의’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은 건물이 11곳에 달한다.
굳이 골목 안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대로변에만 5개 건물 1층이 연달아 스산하게 비어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감사원 진입로 초입까지 범위를 넓히면 어림잡아 20곳의 상점이 텅 빈 채 겨울을 나고 있다.
이 짧은 거리에 문 대통령이 처한 모든 천태만상이 담겨 있기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난 영세 자영업자의 한숨, 한국 관광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콘텐츠 부족, 상권 몰락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임대료를 낮추길 꺼리는 건물주, 조국 사태 이후 주말마다 집회 시위로 몸살을 앓는 거리, 소음과 교통 혼잡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선의의 피해자들 말이다.
문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삼청동의 체감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다. 하지만 대통령의 신년사를 포함해 연초 정부가 내놓는 경기 전망은 긍정적인 거시지표 일색이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은 보고서와 씨름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를 떠난 한 청와대 핵심 참모는 “문 대통령이 보고서를 읽느라 밤잠을 설치면 다음날 눈이 퉁퉁 부어 있다”며 “그래도 그걸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최근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임명 직후 참모들에게 보고서를 줄이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새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보고서의 양은 다시 늘었고, 문 대통령이 쉽게 잠들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한다.
청와대 내에서 보고서를 잘 쓰는 참모가 눈에 띄는 웃지 못할 모습도 다시 회자된다. 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근무 당시 깔끔한 보고서로 관심과 질투의 대상이 됐다.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수석급 인사는 “윤 수석이 올린 보고서에 자극받아 발표 자료를 작성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눈에 띄는 보고서를 올리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참모들에게 신 명예회장이 했던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기회가 된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암행에 나서는 것도 방법일지 모른다.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줄곧 외치는 ‘확실한 변화’가 예쁘게 꾸며진 보고서에 담겨 있진 않을 것이다.
청와대 인근 삼청동 거리를 걸을 때마다 경제 낙관론을 서슴없이 꺼내드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되새길 필요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삼청동 거리로 들어서는 팔판삼거리부터 국무총리 공관까지 약 200m 거리에는 ‘임대 문의’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은 건물이 11곳에 달한다.
굳이 골목 안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대로변에만 5개 건물 1층이 연달아 스산하게 비어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감사원 진입로 초입까지 범위를 넓히면 어림잡아 20곳의 상점이 텅 빈 채 겨울을 나고 있다.
이 짧은 거리에 문 대통령이 처한 모든 천태만상이 담겨 있기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난 영세 자영업자의 한숨, 한국 관광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콘텐츠 부족, 상권 몰락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임대료를 낮추길 꺼리는 건물주, 조국 사태 이후 주말마다 집회 시위로 몸살을 앓는 거리, 소음과 교통 혼잡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선의의 피해자들 말이다.
문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삼청동의 체감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다. 하지만 대통령의 신년사를 포함해 연초 정부가 내놓는 경기 전망은 긍정적인 거시지표 일색이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은 보고서와 씨름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를 떠난 한 청와대 핵심 참모는 “문 대통령이 보고서를 읽느라 밤잠을 설치면 다음날 눈이 퉁퉁 부어 있다”며 “그래도 그걸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최근 그런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임명 직후 참모들에게 보고서를 줄이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새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보고서의 양은 다시 늘었고, 문 대통령이 쉽게 잠들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한다.
청와대 내에서 보고서를 잘 쓰는 참모가 눈에 띄는 웃지 못할 모습도 다시 회자된다. 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근무 당시 깔끔한 보고서로 관심과 질투의 대상이 됐다.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수석급 인사는 “윤 수석이 올린 보고서에 자극받아 발표 자료를 작성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눈에 띄는 보고서를 올리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참모들에게 신 명예회장이 했던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기회가 된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암행에 나서는 것도 방법일지 모른다. 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줄곧 외치는 ‘확실한 변화’가 예쁘게 꾸며진 보고서에 담겨 있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