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금 4조원 이상 '껑충'
20일 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안에 하나금투에 대한 5000억원대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3조4396억원(별도 기준)이다.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사업을 하기 위한 자기자본 요건 4조원에 못 미친다.
올 상반기 500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금융당국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하나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뒤 발행어음 사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초대형 IB 업무를 수행해 그룹 전반의 은행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하나금투는 하나금융의 100% 자회사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하나금투를 초대형 IB로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IB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나금융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투입한 자금은 총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까지 3년 새 1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안에 유상증자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으면 초대형 IB 종합금융투자 사업자로 지정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초대형 IB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다섯 곳이다.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 발행어음이 허용된다. 5개 초대형 IB 중 어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곳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세 곳이다.
그동안 IB업계에선 하나금투보다는 신한금투가 ‘국내 6호 초대형 IB’로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신한금투는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 초대형 IB의 인가 요건을 갖추고 있다. 신한금투의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4조1983억원이다.
하지만 ‘라임 사태’로 상황이 달라졌다.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투자 자산의 부실 정황을 파악하고서도 펀드 판매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으려면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능력 등을 평가받아야 한다”며 “신한금투엔 라임 사태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김은정/정지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