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입찰안내서(ITB) 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통 1만여장에 달하는 입찰안내서 분석에만 엔지니어 약 30명이 100시간씩 총 3000시간을 투입해야 하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시간을 60%가량 줄일 수 있다.

SK건설은 SK C&C의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활용해 일반계약을 포함한 공정 배관 기계 전기 계측제어 토목 건축 소방 등 설계 공종을 모두 아우르는 ‘AI 종합 입찰안내서 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0일 밝혔다.
SK건설 입찰안내서 AI 분석
입찰안내서는 발주처가 입찰을 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입찰 때 요구사항 및 유의사항 등을 안내하기 위해 만든 문서다. 국내에도 일부 AI를 활용한 입찰안내서 분석 시스템은 있었지만 대부분 일부 공종에 한정한 키워드 중심의 단순 검색이었다. 전체 설계 공종을 대상으로 공종별 위험 요소 분석 및 AI 학습을 적용한 사례는 최초라는 게 SK건설의 설명이다.

SK건설은 지난해 초부터 입찰안내서 분석 시스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과거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입찰안내서 정보는 물론 SK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품질·안전·환경 지식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에이브릴에 학습시켰다. 입찰안내서를 분석해 발주처의 요구사항과 각종 위험요소 등을 정리해 사용자에게 신속·정확하게 알려주는지의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증했다. SK건설은 분석 정확도가 94%를 웃도는 등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이 가능한 성과를 거뒀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시 정확도가 80% 이상이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SK건설은 AI 분석 시스템 도입이 생산성과 프로젝트 수익성 향상은 물론 지식 자산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엔지니어가 수작업으로 입찰안내서를 분석할 때보다 분석시간을 60% 이상 단축하고 정확도도 7%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게 SK건설의 설명이다. 짧은 입찰 준비기간에도 입찰안내서를 빠르고 완벽하게 분석해 프로젝트 수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SK건설은 지난해부터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 입찰 준비 과정에 AI 분석 시스템을 활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입찰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법무 계약 품질 안전 마케팅 관련 업무에도 폭넓게 활용할 예정이다.
이종화 SK건설 IM&T그룹장은 “이번 AI 분석 시스템 구축을 통해 경쟁력 및 생산성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 엔지니어들이 분석결과 해석과 의사결정 등 중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