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지난해 2.9%보다는 개선되겠지만 2018년 3.6%와 비교하면 회복세가 강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IMF는 이 때문에 올해 세계 경제의 특징을 “부진한 회복(sluggish recovery)”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1~3위 경제대국 모두 올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첫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가 이번에 제시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3.3%는 지난해 10월 전망 당시 3.4%보다 0.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IMF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지고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낮아진 점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미·중 1단계 합의가 지속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이 올해까지 세계 총생산에 미칠 부정적 효과가 당초 0.8%보다 낮은 0.5%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MF는 “미국과 EU 간 새로운 무역 긴장이 조성될 수 있고 미·중 갈등도 재발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여기에 지정학적 위기 등이 가세하면 세계 경제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동반 하강’했던 세계 경제가 올해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회복세는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며 “(경기가) 반환점을 돌았다는 분명한 신호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지역별 성장률 전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IMF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2.0%에 이어 내년엔 1.7%까지 낮아진다. 2018년 도입된 감세 등 경기 부양책 효과가 점차 사라지는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은 지난해 6.1%, 올해 6.0%, 내년 5.8%로 경기가 둔화된다. IMF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반영해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10월 전망 당시 5.8%에서 6.0%로 높였다. 미·중 ‘무역 휴전’이 없었다면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5%대로 추락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지난해 1.0%, 올해 0.7%, 내년 0.5%로 악화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1.3%, 내년 1.4%로 미지근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신흥국 중에선 인도의 성장률 둔화가 심각하다. IMF는 지난해 10월 전망 때 인도의 올해 성장률이 7.0%에 달할 것으로 봤지만, 이번 전망에선 5.8%로 낮췄다. IMF는 비은행 금융 부문의 취약성과 지방의 소득 증가 미미를 인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공개되지 않았다. IMF는 1년에 네 차례 세계 경제 전망을 하는데, 한국 성장률은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발표한다. 지난해 10월 전망 당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2%였다.

IMF는 글로벌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각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에 대해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인적 자본과 기후 친화적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구조개혁, 사회적 약자 포용, 보호무역 장벽 제거, 디지털 경제 확대에 대응한 국제 조세체계 개편 등을 정책 과제로 제안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