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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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막을 내린 가운데 반도체 등 수출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 탄력을 높이고 있다. 긍정적인 경기 회복 신호 역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당분간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1년 6개월 만에 미중 간 무역합의(1단계)가 이뤄진 직후 미국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한 것이 국내 주식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재분류한 점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이라며 "위안화 강세 여력이 높아지면서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양국이 화해 무드를 조성하면서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타격을 받았던 국내 수출의 회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연간 수출은 전년 대비 10.3% 감소하며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출 감소액은 10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황 부진(328억달러), 유가하락(134억달러)과 함께 수출 부진의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이다.

올해 반도체 업황은 'V자' 수출 반등에 함박웃음을 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쪽 수출 기상도가 나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예상치(2.9%)를 대폭 웃도는 서프라이즈 지표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분석이다. 작년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 마이너스(-)0.4%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분기 1.0%로 반등했고 3분기에는 0.4% 성장한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연 2.0%)을 달성하려면 4분기 GDP성장률이 0.93~1.3%가 돼야한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지출 강화 등으로 내수 기여도가 높아졌다"며 "4분기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조금 개선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렇게 수출 등 경제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 투자심리는 덩달아 좋아진다는 것.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자금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경기 민감 수출주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달 초부터 단기 상승랠리가 이어진 만틈 기술적인 조정에 대해선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 연구원은 "1월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12월 이후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후 이벤트 공백기에 진입하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망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봤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는 이미 증시에 선반영돼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끌어왔다"며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는 가운데 조기에 시장에 진입한 일부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 출회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