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기소를 놓고 상갓집에서 생긴 대검찰청 간부들 사이의 다툼을 ‘상갓집 추태’로 규정하며 "개탄스럽다, 검찰 조직문화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0일 오전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 관련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검의 핵심 간부들이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쳤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무부는 이어 "그동안 여러 차례 검사들이 장례식장에서 보여왔던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더구나 여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다"까지 전했다.

하태경 새로운 보수당 책임대표는 이같은 추 장관의 발언데 대해 "부당한 지시 항의가 ‘상갓집 추태’인가. 상관의 불법부당행위 항의는 ‘추태’가 아니라 ‘의무’다"라고 반박했다.

하 책임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 장관의 전임자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역시 6년 전 '상관의 불법부당행위를 따르지 않는 것은 항명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변한 적이 있다"면서 "국민들 눈에 ‘추태’는 범죄혐의 명확한 조국 기소 가로 막으려는 추 장관 본인과 정치검사들이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 책임대표는 "공개된 조국 공소장에 따르면 윤건영, 김경수, 백원우 등 친문 핵심들은 심각한 범죄혐의 파악된 유재수에 대한 감찰 노골적으로 무마하려 했다"면서 "친문의 일원이며 함께 고생했던 유재수가 다치면 정권도 부담된다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이런 전화 받은 조국은 결국 친문 핵심들의 청탁 받아들여 유재수에 대한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 이는 유재수 비리보다 더 심각한 범죄이며 국정농단이다. 만일 검찰이 조국에 대한 기소 포기했다면 헌법질서 자체가 위협받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 밤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의 장인상이 치러지던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직속상관인 심재철 대검 신임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며 공개 항의했다. 지난 16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 전 장관의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동부지검 수사팀 등과 한 회의에서 심 부장이 ‘조 전 장관을 불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양 선임연구관이 반발한 것이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날, 추 장관이 곧바로 ‘상갓집 추태’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 ‘공직기강’ 등을 언급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공직기강 문란행위'로 규정하고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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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주말 한 대검 간부가 상관 면전에 주사에 가까운 추태로 모욕하는 행패를 부렸다"면서 "이런 공직기강 문란행위의 이면에는 검찰 개혁과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정면도전 의도가 드러난다. 사실상의 항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1986년 국방위 회식 사건'을 거론하면서 "윤석열 총장과 측근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으로 검찰과 세상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결과적으로 정권 수사 방해로 이어졌다면서 공세를 퍼부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로 채워진 대검 신임 간부가 유재수 감찰 중단 사건 등에 대해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최측근인 심재철 부장은 법원도 죄질이 나쁘다고 한 조국 씨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검찰 대학살이 정권 범죄 은폐용이고 수사 방해용이었음이 드러났다"면서 "한국당은 심 부장의 권력 농단에 특검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조간만 진행될 검찰 중간 간부 인사도 주시하겠다며 수사 방해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 사건을 잘 모르는 심 부장이 무리한 의견을 냈다는 비판과 양 선임연구관이 내부 논의 내용을 부당하게 외부에 알렸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23일로 예고된 법무부의 중간간부 인사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총장이 최근 "대검 과장들을 교체하지 말아달라"고 법무부에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법대 동기라고 밝힌 부장검사 출신 김용남 한국당 전 의원이자 변호사는 "얻어맞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며 심 검사장을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식 있는 법조인이라면 심 검사장이 조 전 장관의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관련해 무혐의 취지로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 자체부터 시작해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사실은 거기서 (심 검사장이) 얻어맞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맞을 짓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검찰 조직하면 상명하복 뭐 이런 걸로 인식을, 윗사람이 지시하면 무조건 따르는 것처럼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일을 하다 보면 실제로 많이 다툰다”며 “생각이 다르거나 소신이 안 맞으면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상사 방에서 기록 내던지면서 싸우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