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어디 없소'…기업 올해 주총 준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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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임기제한·임원후보 검증강화 등 법 시행령 개정
주총 두달 앞두고 사외이사 '구인난'…주총 대란 증폭 우려 주주·기관투자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상법 등 개정으로 인해 많은 기업의 올해 주주총회 준비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수년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되는 기업이 속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오던 터에 이번 개정으로 부담이 한층 커져 '주총 대란'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률 개정의 골자는 ▲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 ▲ 이사 후보자의 체납 사실 등 정보 공개 ▲ 기관투자자의 지분 대량보유 보고 의무(5%룰) 완화 등이다.
이에 따라 당장 주총을 불과 두 달가량 앞두고 적지 않은 기업들이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이 불가능해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이번 주총에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에 이른다고 상장회사협의회는 추산했다.
특히 이중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5명(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보수도 많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서 사외이사 선임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기업 사외이사는 기업 인지도나 보수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해 기업이 어렵게 모셔오는 입장인데 이번 개정으로 사외이사 확보가 정말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후보자의 체납 사실, 부실기업 임원 재직 여부, 법령상 결격 사유 등을 함께 공고하도록 한 것도 사외이사 확보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만 돼도 체납 사실 등 민감한 정보가 전 국민에게 알려지는데 이건 기본권의 문제"라며 "기업 임원들은 개인정보 보호 대상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코스닥 상장사인 중소기업 A사의 이 모 부사장은 "다행히 우리 회사 사외이사는 이번에 임기 만료가 아니지만, 주변 타사들 경영진은 '준비할 시간도 안 주고 어떻게 갑자기 다 바꾸라는 거냐'며 난리가 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사외이사는 '회사의 얼굴'이므로 회사는 어느 정도 경력을 갖추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을 몇 달 또는 몇 년간 심사숙고해서 고른 뒤 맡아달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사외이사 후보자들 입장에서도 하던 일이 있어서 갑자기 사외이사를 맡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감사위원을 겸임하는 사외이사의 경우 감사선임 안건에서 최대 주주 의결권을 3%만 인정하는 3% 규정 때문에 선임이 정말 어려워졌다"며 "사실상 감사를 선임하지 못 하고 있는 회사도 수십 곳인데 정부 당국자들은 주총을 안 해봐서 주총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은 특히 지난 2017년 말 섀도보팅(불참 주주의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 폐지 이후 주총 때마다 의결정족수를 확보하느라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섀도보팅 폐지 이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정기 주총 안건이 부결된 상장기업 숫자는 지난 2018년 76개사에서 작년 188개사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주총에서도 최소 238개 이상 기업이 대주주 지분 부족 등으로 인해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상장회사협의회는 추산했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인 중소기업 B사의 경우 작년 정기주총에서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했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이 부결됐다.
이 회사 IR 관계자는 "작년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 대행사들도 몇 곳 접촉했는데 수수료로 최소 5천만원 이상을 요구해 포기했다"며 "직원들이 주총 전날까지 직접 주주명부를 들고 전국으로 주주들을 찾아다녔지만, 주소가 잘못되거나 안 만나주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가 전자투표제를 얘기하는데 작년에는 우리 주주 1만6천여명 중 전자 투표에 접속한 주주는 20명도 안 됐다"며 "결국 특별결의(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및 출석 주주 주식의 3분의 2 이상 필요) 안건인 정관변경은 부결됐고 이사선임 등 보통결의(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및 출석 주주 주식의 과반 필요) 안건도 간신히 통과됐다"고 전했다.
또 "우리 회사는 앞으로 2년 후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데 후보군에 속한 인사들 입장에선 '대기업도 아니고 보수도 적고, 개인정보까지 공개하면서 내가 굳이 맡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일 것"이라며 "결국 헤드헌팅 업체에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유능하고 전문성이 있는 인력도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올해 주총에서 560개 이상 상장사들이 일시에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매우 엄격한 수준인 우리나라 주총 결의요건을 고려하면 적임자를 선임하지 못해 많은 기업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기관투자자의 지분 대량보유 보고 의무 완화 조항에 대해 "사실상 국민연금이 지분 공시도 하지 않은 채 지분을 마음대로 변동하고 기업 이사 선임·해임과 정관 변경 등을 더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백지 위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부와 노동계·시민단체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폭넓게 열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상법 등 시행령 개정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전경련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한다"며 "연기금이 경영 참여 선언 없이 정관변경 요구, 임원의 해임청구 등을 하는 것도 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을 키워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주총 두달 앞두고 사외이사 '구인난'…주총 대란 증폭 우려 주주·기관투자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상법 등 개정으로 인해 많은 기업의 올해 주주총회 준비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수년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되는 기업이 속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오던 터에 이번 개정으로 부담이 한층 커져 '주총 대란'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률 개정의 골자는 ▲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 ▲ 이사 후보자의 체납 사실 등 정보 공개 ▲ 기관투자자의 지분 대량보유 보고 의무(5%룰) 완화 등이다.
이에 따라 당장 주총을 불과 두 달가량 앞두고 적지 않은 기업들이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이 불가능해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이번 주총에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에 이른다고 상장회사협의회는 추산했다.
특히 이중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5명(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보수도 많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서 사외이사 선임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기업 사외이사는 기업 인지도나 보수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해 기업이 어렵게 모셔오는 입장인데 이번 개정으로 사외이사 확보가 정말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후보자의 체납 사실, 부실기업 임원 재직 여부, 법령상 결격 사유 등을 함께 공고하도록 한 것도 사외이사 확보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만 돼도 체납 사실 등 민감한 정보가 전 국민에게 알려지는데 이건 기본권의 문제"라며 "기업 임원들은 개인정보 보호 대상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코스닥 상장사인 중소기업 A사의 이 모 부사장은 "다행히 우리 회사 사외이사는 이번에 임기 만료가 아니지만, 주변 타사들 경영진은 '준비할 시간도 안 주고 어떻게 갑자기 다 바꾸라는 거냐'며 난리가 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사외이사는 '회사의 얼굴'이므로 회사는 어느 정도 경력을 갖추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을 몇 달 또는 몇 년간 심사숙고해서 고른 뒤 맡아달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사외이사 후보자들 입장에서도 하던 일이 있어서 갑자기 사외이사를 맡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감사위원을 겸임하는 사외이사의 경우 감사선임 안건에서 최대 주주 의결권을 3%만 인정하는 3% 규정 때문에 선임이 정말 어려워졌다"며 "사실상 감사를 선임하지 못 하고 있는 회사도 수십 곳인데 정부 당국자들은 주총을 안 해봐서 주총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은 특히 지난 2017년 말 섀도보팅(불참 주주의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 폐지 이후 주총 때마다 의결정족수를 확보하느라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섀도보팅 폐지 이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정기 주총 안건이 부결된 상장기업 숫자는 지난 2018년 76개사에서 작년 188개사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주총에서도 최소 238개 이상 기업이 대주주 지분 부족 등으로 인해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상장회사협의회는 추산했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인 중소기업 B사의 경우 작년 정기주총에서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했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이 부결됐다.
이 회사 IR 관계자는 "작년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 대행사들도 몇 곳 접촉했는데 수수료로 최소 5천만원 이상을 요구해 포기했다"며 "직원들이 주총 전날까지 직접 주주명부를 들고 전국으로 주주들을 찾아다녔지만, 주소가 잘못되거나 안 만나주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가 전자투표제를 얘기하는데 작년에는 우리 주주 1만6천여명 중 전자 투표에 접속한 주주는 20명도 안 됐다"며 "결국 특별결의(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및 출석 주주 주식의 3분의 2 이상 필요) 안건인 정관변경은 부결됐고 이사선임 등 보통결의(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및 출석 주주 주식의 과반 필요) 안건도 간신히 통과됐다"고 전했다.
또 "우리 회사는 앞으로 2년 후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데 후보군에 속한 인사들 입장에선 '대기업도 아니고 보수도 적고, 개인정보까지 공개하면서 내가 굳이 맡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일 것"이라며 "결국 헤드헌팅 업체에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유능하고 전문성이 있는 인력도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올해 주총에서 560개 이상 상장사들이 일시에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매우 엄격한 수준인 우리나라 주총 결의요건을 고려하면 적임자를 선임하지 못해 많은 기업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기관투자자의 지분 대량보유 보고 의무 완화 조항에 대해 "사실상 국민연금이 지분 공시도 하지 않은 채 지분을 마음대로 변동하고 기업 이사 선임·해임과 정관 변경 등을 더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백지 위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부와 노동계·시민단체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폭넓게 열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상법 등 시행령 개정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전경련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한다"며 "연기금이 경영 참여 선언 없이 정관변경 요구, 임원의 해임청구 등을 하는 것도 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을 키워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