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윤 칼럼] 코미디가 된 '부동산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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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역행하는 부동산정책
노무현 정부서 실패했는데
文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집착
강력한 대책 계속 쏟아지지만
'강남 집 파나' 관음증만 커져
정부 신뢰도 바닥 수준 아닌가
현승윤 이사대우·독자서비스국장
노무현 정부서 실패했는데
文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집착
강력한 대책 계속 쏟아지지만
'강남 집 파나' 관음증만 커져
정부 신뢰도 바닥 수준 아닌가
현승윤 이사대우·독자서비스국장
![[현승윤 칼럼] 코미디가 된 '부동산과의 전쟁'](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07.19382603.1.jpg)
나폴레옹 3세가 ‘엉터리’는 아니었고, 역사가 그런 식으로 반복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요즘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이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시장의 흐름에 맞섰던 노무현 정부가 ‘실패’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들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자들에게 ‘2년 안에 부동산 규제지역에 있는 비거주 주택을 팔겠다’는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 비거주 주택은 빈집이 아니다. 누군가가 살고 있는 집이다. 매물로 나온다고 해서 공급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보여주기용 홍보 정책이다.
주택은 주식과 비교하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시장 전체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주식시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 단기적인 투기 거래도 거의 불가능하다. 보유기간이 길어 투자수익률이 높아 보일 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대공황이 발생한) 1929년 전후에도 주택가격은 놀랄 만큼 안정적이었다”며 “전국적으로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만큼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집값 급등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인위적인 확대와 대출자산의 증권화 등 ‘주택 금융’이 문제였다. 대공황 직전의 플로리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 1980년대 동부 및 서부 해안지역의 주택경기 호황은 전국 그래프에 나타나지 않는 지역적인 현상이었다.
한국에서도 전국 주택가격은 소비자물가와 비슷하게 움직여왔다. 다만 교육, 교통, 직장 여건이 좋아졌거나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곳의 주택가격은 더 올랐다. 서울 집값이 최근 급등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지방의 명문 사립고 폐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민간 대기업의 서울 입성,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에 따른 주택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국지적 현상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쏟아지는 강경책보다 사소한 것들로 바뀌고 있다.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서울 반포 아파트를 처분할 것인지, 종로 출마를 준비하는 이낙연 전 총리는 서울 잠원동 아파트를 팔 것인지 하는 것 등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의 얼굴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거의 관음증 수준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부동산과의 전쟁은 이미 ‘코미디’가 돼가고 있다.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