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세 번째 도전 만에 회사채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투자 매력을 높인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136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400억원을 모집한 2년물에 650억원, 6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한 3년물에 710억원이 모였다.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세 번째 시도 만에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2500억원)과 11월(1700억원) 잇달아 모집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매수 주문을 받았다. 금리 하락과 기업 신용위험 확대에 따른 BBB급(신용등급 BBB-~BBB+) 회사채 투자 심리 악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여덟 번째로 높은 BBB+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상황이지만 기관들은 비교적 높은 채권금리를 눈여겨보고 매수 의향을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수요예측에 앞서 2년물은 최고 연 3.34%, 3년물은 최고 연 3.94%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시가평가 수준으로 희망금리를 정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희망금리 최상단을 시가평가 금리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기관들은 또 경영권 분쟁 결과가 좋지않더라도 회사의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가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