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일본의 10~20대 젊은 층에서 한국산 화장품과 한국풍 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런 경향에 대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한일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좋은 것은 좋아한다'는 젊은 층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대생인 와타나베 아이사(22)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국의 일반 여성들이 어떻게 화장하는지 정보를 얻는다.

예전에 한국식 화장은 하얀 피부에 직선형 눈썹, 붉은 입술로 대변됐지만, 지금은 한층 다양화됐다는 것이 와타나베 씨의 말이다.

K팝 걸그룹인 트와이스 등의 영향으로 아래 눈꺼풀이나 머리칼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 스타일을 동경하는 것에 대해 "제겐 새로운 세계이고, 귀여우니까요"라고 말한다.

중학생 시절에 K팝 걸그룹인 카라와 소녀시대의 완벽한 춤 동작에 매료됐다는 그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매년 4차례나 한국을 찾는다.

와타나베 씨는 "한일 관계가 나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두 나라의) 문화가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을 체험해 보지도 않은 채 싫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일관계 나쁘지만 日 젊은 층에선 한류 열풍"[아사히]
아사히신문이 지면에 소개한 익명의 19세 전문대 여학생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요코하마(橫浜)시에 거주한다는 이 학생은 본인이 사용하는 화장품이 거의 한국산이라고 했다.

이 여학생은 한국산 화장품에 대해 "저렴하고 색조와 '라메'(펄)가 뛰어나다"며 "포장도 귀엽다"고 호평했다.

아사히는 일본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일고 있는 이런 현상이 '제3차 한류붐'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2003년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 방송으로 시작된 일본에서의 1차 한류 열풍은 40대 이상 여성이 주도했다.

또 2010년을 전후해 K팝으로 조성된 2차 한류는 주로 10~20대 일본 여성층에서 확산했다.

그것에 이은 것이 지금의 한류 열풍이라는 것이다.

작가로 활동하는 한국문화 전문가인 구와하타 유카(桑畑優香) 씨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일본 내 제3차 한류 열풍은 2017년쯤 시작됐고, SNS를 통해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를 중심으로 퍼졌다고 말했다.

그는 3차 한류 열풍은 트와이스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나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BTS(방탄소년단)의 영향으로 10대 남성층에서도 확산하고 있다며 주역은 '한류 2세대'라고 분석했다.

'한류 2세대'는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는 '한류 1세대' 부모들의 영향으로 태어날 때부터 한국드라마나 요리를 가까운 환경에서 접할 수 있었던 세대를 말한다.

구와하타 씨는 이런 세대가 이끄는 제3차 한류 열풍은 화장품이나 맛있는 음식 같은 '물건'의 소비를 수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아사히는 일본에서 확산하는 3차 한류 속에서 '혐한'을 부추기는 언론과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구와하타 씨는 일본에서 2차 한류 열풍이 식은 것은 혐한 서적이나 한국을 비방하는 주장(헤이트 스피치)이 젊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SNS에서 자신의 기호에 맞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며 "한쪽으로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건전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