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로 나오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의미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21년 만에 감소(-0.4%)했고, 경기 둔화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는 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기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국민들의 체감 수준과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22일 인천에 있는 정밀화학소재 기업 경인양행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회의를 열고 “작년 연간 2% 성장이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전 세계적인 동반 경기 둔화 속에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고용의 ‘V’자 반등, 분배의 개선흐름 전환, 성장률 2% 유지 등 국민경제를 대표하는 3대 지표에서 차선의 선방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2% 성장이 어렵다는 회의론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의미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해 ‘성장률 선방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기 하강 속도가 세계적인 추세보다 빨라 선방했다는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7년 3.8%에서 작년 2.9%로 0.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성장률 하락폭(3.2%→2.0%)은 1.2%포인트에 이른다.

특히 작년 실질 GDI가 전년보다 0.4% 감소한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과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GDI의 하락은 경제주체의 소득 여건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고용 지표 역시 60세 이상 노인을 제외하면 작년 취업자가 8만 명 감소했다. 분배 측면에선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