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김 스낵 '타오케노이' 앞질러
▽ 일본 김 100장에 10만원도…한국 김 '저평가'
▽ 일본에 로열티…국산 김 품종·등급제 시급
우리나라에서 김은 국민 반찬이다. 설 명절만 되면 김 선물세트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해외에서 김은 밥을 빛내는 조연이 아니다. 김은 스낵 자체로 각광을 받으며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 확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5억8000만 달러(약 6757억원)로 참치(5억7000만달러)보다 많았다. 수산물 수출 1등 자리에 오른 셈이다. 참치캔 등으로 수산물 전통 강자였던 참치를 앞지른 것이다.
국내 기업 중 '대상'은 한국(K) 김 해외 수출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5개국에 김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대상의 글로벌 김 매출은 261억원으로 2018년보다 31.8%나 성장했다.
이상민 대상 김 사업팀장과 만나 지난해 수출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이 팀장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대상 본사에서 "2000년대부터 25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만 11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매출은 2018년보다 65% 나 급증했다. ◆ 인도네시아 100억 매출 돌파…타오케노이 제쳐
대상은 인도네시아 전용 브랜드 '마마수카'(MAMASUKA) 를 통해 김을 판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김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바삭한 식감'이다. 이 팀장은 "유처리한 김을 알루미늄 포장으로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반면 일본 김의 경우 투명한 재질로 산소가 투과해 눅눅해질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선 김을 밥에 뿌려먹거나 스낵처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상은 지난 2017년부터 BBQ와 스파이시(매운맛), 에그솔트 등 시즈닝 김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김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비싼 편이다. 인도네시아에선 2봉이 906원에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 대상 김이 16봉에 3980원대에 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비싼 셈이다.
이 팀장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한 달 평균 월급이 50만원대로 현지에선 높은 가격대지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지난해 현지 편의점 등에선 전용 매대를 직접 확보해 진열공간을 넓혔고, 할인행사로 가격 부담을 낮추는 등 마케팅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김의 판매처는 대부분 편의점이다. 인도네시아의 유통채널에선 편의점이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그는 "마마수카는 약 1만4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편의점 1위 업체 인도마렛과 2위 알파마트에서 모두 태국의 타오케노이를 앞섰다"며 "매운맛 시즈닝 김은 인도네시아 고추를 활용해 현지화하면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또 현지에서 판매하는 청정원 김도 한글 표기가 들어가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는 "한국제품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일부러 한글을 넣은 것"이라며 "한국 원산지라고 하면 현지에선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도 현재 자반, 김밥김 등 매출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베트남 매출은 20억원으로 2018년보다 55% 증가했다. ◆ 일본 김 100장에 10만원도…한국 김 '저평가'
이처럼 우리나라 김에 대한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김 수출은 지난 2010년 1억 달러를 달성한 후 2017년 이후 3년 연속 5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대상은 김 수출 확대에도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이 팀장은 "동남아를 비롯해 서구권에서도 김은 건강웰빙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김은 유일하게 유처리가 돼 맛이 좋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일본 김 대비 가격 측면에서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마른 김은 100장(1속)당 10만원에 팔릴 정도로 최고급도 있는 반면 한국의 마른 김은 같은 100장으로 7000~8000원 정도다. 이처럼 15배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엔 '등급제'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 김은 국가에서 '마른 김 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 마른 김의 품질을 국가가 기준을 세워 등급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 같은 등급제는 중국도 도입해 전개하고 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 김은 객관적으로 '좋은 김'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아직까지 저평가 돼 있다"며 "우리나라 김의 품질도 뒤지지 않지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좋은 품질의 김은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 김의 단백질 함량은 47~48% 정도로 고급 일본 김의 단백질 함량(50%)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김은 이물질 혼입률이 높다는 게 약점이다. 이 팀장은 "일본 김의 이물질 혼입율은 0%지만, 한국 김은 이물 혼입률이 3~4%로 품질의 함량이 떨어진다"며 "우리나라의 낮은 품질의 김이 생산되면서 전체적인 산업의 부가가치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에 로열티…국산 김 품종·등급제 시급
이같은 등급제의 유무는 품종 경쟁에서도 뒤쳐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은 자체 품종도 많이 개발한 반면 우리나라는 등록된 자체 품종이 없었다. 그는 "일본에 우리가 김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줘야할 지경에 이르면서, 2011년께 해양수산부에서 몇 개 품종을 개발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로 체계적인 관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상은 자체적으로 등급제를 적용, 김의 고급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대상은 2017년 목포시와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최초로 해조류 검사센터를 구축했다. 이 팀장은 "마른김 등급제를 먼저 시행해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부 정책 과제에도 위원으로 참여해 이를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며 "등급화가 정착되면 소고기 1등급도 있듯이 1등급 김을 찾는 수요도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마른김 뿐 아니라 물김 등급제도 준비하고 있다. 이 팀장은 "일본의 경우 물김 양식을 가공해서 금속 검출이 나오는 지 확인한 후 제품이 나온 상태에서 경매한다"며 "반면 한국은 물김 상태에서 경매하기 때문에 품질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목포에 공장을 통해 고급김 생산과 품종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목포 공장에서 만든 원료를 해외 공장에 직접 내보내거나, 고품질의 조미김을 만들어서 해외를 공략할 계획"이라며 "아직 김 품종은 빨리 자라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대상은 맛있고 건강한 김 품종에 대한 개발도 돌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목포 공장의 마른 김 라인은 1월, 조미김 라인은 4월 각각 가동될 예정이다. ◆ "5년 뒤 100장에 5만원, 고급 김 팔겠다"
추가로 서구권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에 출장 갔을 때 마트 20군데 모두 한국 김을 팔 정도로, 서구권에서도 김이 교민시장에서 메인스트림(주요 시장)으로 올라왔다"며 "비건 트렌드에 맞춰 글루텐 프리나 유기농 인증 등을 더 확대해 판매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도 김 수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해양수산부도 2024년 김 수출 1조원을 목표로 잡았다. 김은 일명 '수산 업계의 반도체'라고 불린다. 대부분 국내 생산으로 고용 유발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 김도 일본과 비슷한 고급 김을 해외에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팀장은 "5년 뒤에 우리도 못해도 100장에 5만원 정도의 고급 김을 팔고 싶다"며 "이렇게 되면 시장 규모가 10배는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김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한국 김이 건강 식품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세계에서 고품질 제품으로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대상도 김 수출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상은 연간 김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