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첫 공판서 주장…검찰 "절제된 수사했다"
보석 및 조국 전 장관 사건과의 병합 여부는 추후 결정할 듯
입시 비리 및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받아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첫 재판에 출석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정 교수 측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첫 공판기일에서 "입시 비리 관련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서는 "적법한 방법을 찾아 경제활동을 한 것이 지나치게 과대 포장돼 이 사태에 이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입시 비리 사건의 공소장을 보면 '확증 편향'(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이 생각난다"며 "검찰은 (피고인 딸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혹시 사실과 다른 점이 없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방식으로 수사한 후 피고인을 기소했는데 무리한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시비리 사건은 대부분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번에는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이 없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며 "증명의 대상이 10년이 넘은 오래전 이야기인데 자료나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검찰은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내용이 모두 사실이고, 디테일(세부 사항)에 있어 일부 과장이 있었을지 몰라도 전혀 없던 사실을 창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법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재판받을 정도의 위법성은 없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었고, 일정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활동을 했다"며 "그런데 남편이 장관이 되자 주식 계좌를 매각하면서 적법하게 돈을 운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모펀드도 하고 선물옵션도 배운 것"이라고 변론했다.

또 "피고인이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업무상 횡령죄의 공범이 되려면 적극적인 가담이 필요한데 피고인은 조씨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간의 자금 관계를 모른 채 단순히 이자를 받았을 뿐"이라며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해서도 일반 투자자인 피고인에게는 보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증거 은닉 교사 등 혐의에 대해서는 "남편의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10년 전 입시 비리 문제가 터져 피고인이 그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자기가 보기 위해 컴퓨터를 가져온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증거 은닉이 되느냐"고 일축했다.

정 교수 측은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압도적인 수사력을 갖고 (피고인을) 정말 이 잡듯이 뒤졌다"며 "마치 피고인과 가족의 15년 동안의 삶을 내실에다가 CCTV를 설치해놓고 전 과정을 들여다보듯 수사했다"고 토로했다.

또 "검찰은 (행위의) 구성요건을 보고 이것이 과연 범행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사실과 맞지 않는 것을 찾은 후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특권층이 왜 자식을 이렇게 (대학·대학원에) 보내냐'는 식으로 문제 삼아 크게 부풀렸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역설했다.

정 교수도 "변호인의 진술과 다른 부분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없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검찰은 모두 진술에서 '압도적인 수사력'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규명하되 적법 절차를 지키고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제된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이 관련 행위를 일체 부인하고 있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를 통해 입증된 혐의에 대해서만 신중히 수사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정 교수)은 '조범동이 나를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가진 스탠스를 보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 등 민정수석의 지위 및 위세를 사익 추구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가 2차 전지 등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사업을 발표한 후 마침 조범동씨가 (2차 전지 업체인) 더블유에프엠(WFM)을 인수하고, 피고인이 그에 투자한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은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을 놓고 검찰이 가장 먼저 기소한 사문서위조 사건과 추가 기소된 나머지 14개 혐의에 대한 사건을 법원이 병행 심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 교수는 2012년 9월 7일자 동양대 총장 명의의 딸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두 차례 기소된 상태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9월 처음 정 교수를 기소한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범행 시기와 장소 등을 새로 특정했고, 이를 반영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다시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중기소 문제 등에 대해 증거 조사까지 마친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 교수의 보석 청구에 대해 이를 허용할지 당장 결정하지 않겠다며 피고인 측의 양해를 구했다.

재판부는 "증거 조사를 하나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검찰의 입증을 좀 더 살펴보고, 추가로 증거를 살펴보려 한다"고 언급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함께 기소된 사건을 이번 사건에 병합해달라고 신청한 데 대해서는 "그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와 협의해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 교수는 기소 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죄수복이 아닌 회색 재킷과 검은 바지, 갈색 안경을 쓰고 한쪽 눈에 안대를 한 그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재판 과정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는 재판 중 종종 무언가를 적거나 변호인들과 대화를 나눴고, 재판이 끝나자 미소를 지으며 변호인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