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4기의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이 작년 평균 70% 선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세운 한국수력원자력의 연간 목표치(77.4%)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가 탈원전을 공식화한 2017년 이전에 연평균 80%를 훌쩍 넘었던 원전 이용률은 지난 3년간 평균 69.2%로 급전직하했다. 전기를 값싸게 생산하는 원전 이용률이 뚝 떨어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게 됐다.
목표치 밑돈 원전 이용률

22일 한수원에 따르면 작년 원전 이용률은 평균 70.6%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률은 최대 출력량 대비 실제 가동한 비율로, 발전 설비의 효율성과 활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1분기 75.8%에서 2분기 82.8%로 반짝 상승했으나 3분기 65.2%, 4분기 59.6%로 떨어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의 강화된 안전 기준에 따라 내부철판(CLP) 부식 등을 보수하는 데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2011년까지 90%를 넘던 원전 이용률은 일본 후쿠시마 사태 후 안전성 강화 조치에 따라 2013년 일시적으로 75.5%로 떨어졌으나 이후 85% 선을 회복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65.9%(2018년)~71.2%(2017년)에 머물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격납건물 철판에 부식이 일부 있더라도 누설 시험을 통과하면 정기보수 기간에 점검·수리하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며 “탈원전 기조에 따라 다수 원전을 세워놓고 전수검사와 보수를 되풀이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작년 1~10월 원전(98기) 이용률은 평균 93.0%였다. 일반적으로 출력 100%의 원전을 18개월 동안 가동한 뒤 2개월간 정비하면 이용률이 90%다. 정비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점검 기간을 단축해 원전 효율을 높이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원전업계는 설명했다.

한전은 요금 인상 검토 착수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원전 이용률이 떨어지면 한국전력이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여야 하고, 늘어난 비용을 국민·기업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한전 한수원 한국남동발전 등 전력·발전 공기업의 재무 상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2016년 12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2018년 6년 만의 적자(-2080억원)를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도 손실을 냈을 것이 확실시된다. 작년 상반기에만 92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한전이 지난 2년간 비상경영을 해왔는데도 역부족”이라며 “정확한 수치는 다음달 중순 나오겠지만 적자 폭이 1년 전보다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전 내부에선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요금 인상 시점은 올 7월께로 잡고 있다. 한전이 요금 개정안을 마련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인가를 신청하면 정부 소비자보호 전문위원회 및 전기위원회 자문·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는 방식이다.

한전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1%만 올려도 소비자 부담이 연간 약 5000억원씩 늘어난다. 한전은 2012년 8179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이듬해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한 적이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