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넘게 오디션 탈락…절망 견디며 세계 무대 꿈 이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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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얍 코리아' 통해 북미 진출한 베이스 전태현
한경 주최 오디션이 가교 역할
다음달 13~23일 밴쿠버 무대
'세비야의 이발사' 바실리오 役
한경 주최 오디션이 가교 역할
다음달 13~23일 밴쿠버 무대
'세비야의 이발사' 바실리오 役
“독일에서 운전기사로 일하고, 이삿짐 옮기는 일도 했어요. 통역을 해서 생활비를 벌기도 했죠. 100번 넘게 오디션에서 떨어졌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건 음악뿐이더라고요.”
베이스 전태현(39·사진)은 ‘이렇게까지 힘들어도 되나’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절망적인 시간들을 견뎠다. 마침내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오디션에 붙었고 5년간 전속 솔리스트로 활약하다가 2015년 귀국해 국내 무대를 누볐다. 그러던 그가 처음 북미 무대에 선다. 다음달 캐나다 밴쿠버오페라가 밴쿠버 퀸엘리자베스극장에 올리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무대에 바실리오 역으로 출연한다.
출국을 앞둔 그를 지난 20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났다. 밴쿠버오페라는 북미의 전통 있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이다. 뉴욕 나얍(NYIOP·뉴욕인터내셔널오페라프로젝트) 본사와 한국경제신문사가 2018년 9월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글로벌 오페라 오디션 ‘나얍 코리아’가 전태현과 밴쿠버오페라의 ‘다리’가 됐다. 나얍 코리아에 참가한 전태현은 밴쿠버오페라를 비롯해 미국 뉴욕시티오페라, 스폴레토 페스티벌, 대만 가오슝 필하모닉 등에서 ‘계약 고려 대상자’로 뽑혔다. 밴쿠버오페라와는 그해 12월 이번 공연 일정을 잡았다. 전태현은 다음달 13~23일 4회 공연을 소화한다.
2015년 귀국한 이후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부터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텔’까지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약하던 그가 나얍에 도전한 것은 북미 무대에 서보고 싶어서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한 번도 북미를 밟아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컸다. 이번 공연으로 꿈을 이뤘다.
이탈리아와 한국 무대 데뷔작이었던 ‘세비야의 이발사’를 북미 첫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전태현은 “너무 값지고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감사한 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는 독일에서 고생했던 시기를 떠올린다. 처음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다. 힘들게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의 전속 가수가 됐지만 편한 순간은 없었다. “그땐 ‘한 번 해봤던 작품을 다시 좀 해봤으면 좋겠다’는 게 소원이었어요. 매번 새 작품을 하니 외우기 바빴죠. 하지만 지나서 보니 그것처럼 좋은 공부가 없었습니다. 5년간 그렇게 활동하면서 쌓은 많은 레퍼토리가 지금 제가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죠.”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로시니의 ‘윌리엄 텔’에서 그는 오스트리아 총독 게슬러 역할을 맡았다. 독일에서 이미 해봤던 역할이라 낯설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장사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 노래하는 사람도 없었다. 운동도 공부도 ‘중간’ 정도였던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중학교 음악시간에 처음 들은 ‘잘한다’는 칭찬이었다. 성악가로 성장하는 발판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마련했다. 베이스 양희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다. “발성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베이스도 테너처럼 밝게 노래해야 좋은 가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쳐주셨죠. 지금도 제가 노래할 수 있게 끌어주는 힘입니다.”
밴쿠버 공연 후엔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초연작 ‘빨간 바지’(3월 27~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최기사’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1970~1980년대 서울 강남 부동산 개발을 소재로 한 코믹 오페라다. 오는 9월 선이오페라앙상블이 제작하는 비제의 ‘카르멘’에선 투우사 에스카미요로 역을 처음 맡는다. 한국에선 주로 바리톤이 맡는 역할이다. 전태현은 “한국에선 바리톤의 전유물이 됐지만 유럽에서는 베이스바리톤이 주로 소화한다”며 “고음을 잘 내는 베이스로, 음역대는 베이스에 맞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고생할 때보다는 안정적인 일정이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는 최고보다 최선을 지향합니다. 크든 작든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객과 무대, 프로덕션에 대한 예의니까요. 늘 초심을 되새깁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베이스 전태현(39·사진)은 ‘이렇게까지 힘들어도 되나’라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절망적인 시간들을 견뎠다. 마침내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오디션에 붙었고 5년간 전속 솔리스트로 활약하다가 2015년 귀국해 국내 무대를 누볐다. 그러던 그가 처음 북미 무대에 선다. 다음달 캐나다 밴쿠버오페라가 밴쿠버 퀸엘리자베스극장에 올리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무대에 바실리오 역으로 출연한다.
출국을 앞둔 그를 지난 20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났다. 밴쿠버오페라는 북미의 전통 있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이다. 뉴욕 나얍(NYIOP·뉴욕인터내셔널오페라프로젝트) 본사와 한국경제신문사가 2018년 9월 서울에서 공동 주최한 글로벌 오페라 오디션 ‘나얍 코리아’가 전태현과 밴쿠버오페라의 ‘다리’가 됐다. 나얍 코리아에 참가한 전태현은 밴쿠버오페라를 비롯해 미국 뉴욕시티오페라, 스폴레토 페스티벌, 대만 가오슝 필하모닉 등에서 ‘계약 고려 대상자’로 뽑혔다. 밴쿠버오페라와는 그해 12월 이번 공연 일정을 잡았다. 전태현은 다음달 13~23일 4회 공연을 소화한다.
2015년 귀국한 이후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부터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텔’까지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약하던 그가 나얍에 도전한 것은 북미 무대에 서보고 싶어서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한 번도 북미를 밟아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컸다. 이번 공연으로 꿈을 이뤘다.
이탈리아와 한국 무대 데뷔작이었던 ‘세비야의 이발사’를 북미 첫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전태현은 “너무 값지고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감사한 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는 독일에서 고생했던 시기를 떠올린다. 처음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다. 힘들게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의 전속 가수가 됐지만 편한 순간은 없었다. “그땐 ‘한 번 해봤던 작품을 다시 좀 해봤으면 좋겠다’는 게 소원이었어요. 매번 새 작품을 하니 외우기 바빴죠. 하지만 지나서 보니 그것처럼 좋은 공부가 없었습니다. 5년간 그렇게 활동하면서 쌓은 많은 레퍼토리가 지금 제가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죠.”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로시니의 ‘윌리엄 텔’에서 그는 오스트리아 총독 게슬러 역할을 맡았다. 독일에서 이미 해봤던 역할이라 낯설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장사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 노래하는 사람도 없었다. 운동도 공부도 ‘중간’ 정도였던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중학교 음악시간에 처음 들은 ‘잘한다’는 칭찬이었다. 성악가로 성장하는 발판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마련했다. 베이스 양희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다. “발성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베이스도 테너처럼 밝게 노래해야 좋은 가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쳐주셨죠. 지금도 제가 노래할 수 있게 끌어주는 힘입니다.”
밴쿠버 공연 후엔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초연작 ‘빨간 바지’(3월 27~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최기사’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1970~1980년대 서울 강남 부동산 개발을 소재로 한 코믹 오페라다. 오는 9월 선이오페라앙상블이 제작하는 비제의 ‘카르멘’에선 투우사 에스카미요로 역을 처음 맡는다. 한국에선 주로 바리톤이 맡는 역할이다. 전태현은 “한국에선 바리톤의 전유물이 됐지만 유럽에서는 베이스바리톤이 주로 소화한다”며 “고음을 잘 내는 베이스로, 음역대는 베이스에 맞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고생할 때보다는 안정적인 일정이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는 최고보다 최선을 지향합니다. 크든 작든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객과 무대, 프로덕션에 대한 예의니까요. 늘 초심을 되새깁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