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넘게 오디션 탈락…절망 견디며 세계 무대 꿈 이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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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얍 코리아' 통해 북미 진출한 베이스 전태현
한경 주최 오디션이 가교 역할
다음달 13~23일 밴쿠버 무대
'세비야의 이발사' 바실리오 役
한경 주최 오디션이 가교 역할
다음달 13~23일 밴쿠버 무대
'세비야의 이발사' 바실리오 役


2015년 귀국한 이후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부터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텔’까지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약하던 그가 나얍에 도전한 것은 북미 무대에 서보고 싶어서다.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한 번도 북미를 밟아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컸다. 이번 공연으로 꿈을 이뤘다.
이탈리아와 한국 무대 데뷔작이었던 ‘세비야의 이발사’를 북미 첫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전태현은 “너무 값지고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감사한 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는 독일에서 고생했던 시기를 떠올린다. 처음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다. 힘들게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의 전속 가수가 됐지만 편한 순간은 없었다. “그땐 ‘한 번 해봤던 작품을 다시 좀 해봤으면 좋겠다’는 게 소원이었어요. 매번 새 작품을 하니 외우기 바빴죠. 하지만 지나서 보니 그것처럼 좋은 공부가 없었습니다. 5년간 그렇게 활동하면서 쌓은 많은 레퍼토리가 지금 제가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됐죠.”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한 로시니의 ‘윌리엄 텔’에서 그는 오스트리아 총독 게슬러 역할을 맡았다. 독일에서 이미 해봤던 역할이라 낯설지 않았다.
밴쿠버 공연 후엔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초연작 ‘빨간 바지’(3월 27~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최기사’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1970~1980년대 서울 강남 부동산 개발을 소재로 한 코믹 오페라다. 오는 9월 선이오페라앙상블이 제작하는 비제의 ‘카르멘’에선 투우사 에스카미요로 역을 처음 맡는다. 한국에선 주로 바리톤이 맡는 역할이다. 전태현은 “한국에선 바리톤의 전유물이 됐지만 유럽에서는 베이스바리톤이 주로 소화한다”며 “고음을 잘 내는 베이스로, 음역대는 베이스에 맞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고생할 때보다는 안정적인 일정이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는 최고보다 최선을 지향합니다. 크든 작든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관객과 무대, 프로덕션에 대한 예의니까요. 늘 초심을 되새깁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