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한진그룹은 현재 경영권 분쟁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조 회장과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결구도를 형성하며 가족간 싸움이 터졌다.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인 조현아 한진칼 전무 등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려온 KCGI(강성부 펀드)와 델타항공, 지난해 갑자기 지분을 늘리며 경영 참가 의사를 공개한 반도건설, 최근 지분을 취득한 카카오까지 가세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회사와 관계없이 경영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①기본 구도 : 조원태+델타항공+카카오 vs. 조현아+이명희+조현민
우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간 대결이 본격 이뤄지는 가운데 나머지 가족이 조 전 부사장의 편을 들고 반도건설이 합세한 시나리오가 지금으로선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델타항공은 지난해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늘려갈 때 대한항공 백기사를 자처하고 등장했다. 따라서 당시 경영권을 갖고 있던 조 회장에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도 지난해 대한항공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역시 조 회장 편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조 회장(6.52%)과 친족·임원·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 카카오(1%) 등을 더해 21.67%가 된다.
반대편인 조 전 부사장(6.49%)과 이 고문(5.31%), 조 전무(6.47%) 등의 지분율은 18.27%이다. 양 측의 지분율 차이는 3% 포인트 정도로 현재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국민연금(4.11%)만 끌여 들여도 역전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한진가(家) 일원이 모두 비슷하다고 판단할 경우 아무 편을 들지 않고 제3의 판단을 할 수도 있다.
②확장 구도 : 캐스팅보트를 쥔 KCGI와 반도건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을 양쪽에 놓는 기본 구도에 외부 세력을 넣는 시나리오다. 가족간 다툼보다 먼저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린 KCGI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중 한쪽 편을 들어줄 수 있다. 이 경우 KCGI가 단일주주로서는 최대주주(17.29%)이기 때문에 KCGI가 손을 들어준 쪽이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족간 다툼이 없었다면 KCGI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텐데 가족간 불화로 KCGI가 기사회생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KCGI가 조 전 부사장편으로 기울게 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35.5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반도건설(주총 기준 지분율 8.2% 추정)이 조 회장 측으로 간다고 해도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29.87%로 조 전 부사장 지분율을 극복할 수 없게 된다. 국민연금이 합세해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조 회장은 경영권을 잃게 된다. ③한진가 뭉치고 KCGI·반도건설이 연합할 경우
한진가가 모두 뭉치면 지분율은 28.94%가 된다. 여기에 델타항공(10%)와 카카오(1%) 등 우호세력으로 여겨지는 지분을 더하면 39.94%로 경영권을 지키기에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 KCGI와 반도건설이 연합해도 25.49%에 그치고 국민연금이 힘을 더해도 29.6%에 그쳐, 10% 포인트로 따돌릴 수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한진가가 뭉치는 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조 회장의 임원 인사에 공개적으로 조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들었고, 크리스마스엔 조 회장과 어머니인 이 고문간 물리적 다툼 사실도 공개되며 가족간 갈등의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반도건설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났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진그룹 안팎에선 한진가가 뭉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관계자는 "현재 벌어지는 경영권 다툼의 모든 상황이 가족간 분열 탓에 생겼고 극대화되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뭉치기만 하면 경영권 불안이 완전 해소된다"고 했다.
④3차 방정식 : 일반 주주들의 변수
한진가가 뭉치지 않으면 조 회장의 재선임건을 두고 3월 주총에선 표 대결로 갈 수 밖에 없다. 주총을 앞두고 주요 주주간 합종연횡이 이뤄질 경우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KCGI 등은 한 표라도 아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진칼은 상장사이므로, 3월 주총 기준으로 주요 주주들을 제외한 일반 투자자는 약 30% 정도다. 이들이 주총에 모두 참석하거나 위임을 해 의사를 표시할 경우 일반 주주들에 의해 경영권이 좌우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주주들의 특성상 누가 더 도덕적이냐를 따지기 보다 주가를 더 올릴 수 있는 쪽이 누구인지 배당을 더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