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영난은 부품사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 네 곳 중 한 곳이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업계 전반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018년 부품 상장기업 83곳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2.3%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21곳(25.3%)이 적자였다.

車부품사들도 고사 위기…4곳 중 1곳이 적자 허덕
1차 협력업체 505곳으로 범위를 넓혀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9%로 상장기업 평균치를 밑돌았다. 적자 기업도 23.6%인 119곳이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모가 작은 부품사일수록 외풍에 더욱 크게 흔들린다”며 “2019년 들어서도 1~3분기 기준 적자 기업이 네 곳 중 한 곳(24.1%) 정도였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사의 위기가 본격화한 것은 7년여 전부터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10년 이후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생산을 확대하면서 부품사들의 외형도 커졌지만, 2013년 이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등 해외 자동차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국내 부품산업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잡히는 매출은 2012년 이후 거의 늘어나지 않았고,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9년(1~11월 기준)에는 부품 업체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3.1% 줄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의 경영 악화와 생산량 감소로 국내 부품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적자가 계속되는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등에 납품하는 회사들의 경영 상황은 최악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 규제까지 겹치면서 부품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가장 시급한 게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등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입법”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