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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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내내 상승(원화 약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2단계 무역협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만 독보적으로 강해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화는 출렁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1194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달 12일 미중 1단계 합의 소식에 1180원대로 내려온 이후 올해 초 1150원대까지 가격대를 낮췄다.

지난 3일 이란이 미군 군사기지를 타격하면서 이란발(發) 우려가 확대, 원·달러 환율은 재차 1170원대까지 올랐지만 양국의 갈등이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중국 '우한 폐렴' 사태로 위안화가 상승하자 원화 역시 따라 오르는 모양새다.

2분기(4~6월)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높게는 123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2단계 무역협상에 돌입하면서 다시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 1단계 협상에서 지식재산권과 기술이전 강요 문제 등 광범위한 내용에 합의를 이뤄냈지만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등 갈등 요소가 남아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해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점도 원화 상승 요인이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5.8%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자동차, 휘발유, 건축자재 등을 제외한 근원 소매판매 증가율이 6.3%로 두드러졌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펀더멘털이 좋은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이 부각되면 미국 달러화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소비가 좋은 상황에서 미국 은행들의 대출태도도 완화돼 유동성의 환경이 조성되면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달러의 독주 체계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추이를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를 잘 살펴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위안화는 2017년 이후 신흥국 통화와 밀접한 관계다.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은 위안화의 신흥국 통화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유로화는 미국 달러를 견제할만한 통화로 주목해야한다. 유럽연합(EU)의 큰 축인 독일이 지난해 연간 성장률 0.6%를 기록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독일 경제가 살아나면 유로화 역시 강해질 수 있어서다. 유로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 달러는 약세, 원화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