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부터 인문학까지 다양한 읽을거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작가로 꼽히는 일본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오랜만에 에세이 《사이언스?》(현대문학)를 들고 찾아왔다. 히가시노 소설 팬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다작 집필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낯선 여성이 옆자리에 앉았을 때 남자들이 착각에 빠지는 이유’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등 과학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금세 빠져들 만한 주제의 글들을 모았다. 가볍고 재치 넘치는 글들로 읽는 내내 웃음 짓게 한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 편의 인문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인문잡지 《한편》(민음사) 창간호도 연휴에 읽어볼 만하다. 창간호는 ‘세대’를 주제로 386세대, 밀레니얼 세대, 90년대 생 등 우리 사회 세대론과 갖가지 세대 문제에 대한 통찰이 담긴 글들을 엮었다. 원고지 30장 분량의 짧은 글들을 손바닥 크기의 문고본 판형에 담았다. 출간된 지 한 주 만에 초판 3000부가 전량 팔리는 등 인문학 잡지로선 이례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주목받는 SF 작가 정세랑의 단편집 《목소리를 드릴게요》(아작)도 장르소설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정세랑의 첫 SF 소설집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작가가 쓴 SF 단편을 모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몰락해가는 인류 문명에 관한 경고를 여덟 편에 담았다. 환상적인 SF가 흥미진진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차분히 나를 점검해보는 경제·경영서
여유롭게 스스로를 점검하거나 좀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데 도움이 되는 경제·경영 신간들도 눈에 띈다. 《넛지 실천편》(별글)은 ‘넛지’ 이론을 스스로 활용하고 실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는 안내서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란 뜻의 넛지(nudge)는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함께 쓴 《넛지》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하는 행동경제학 용어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책은 결정, 계획, 약속, 보상, 목표, 피드백, 노력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셀프 넛지’ 방법을 안내한다.
《쓸모 있는 생각 설계》(토네이도)는 뛰어난 성과를 내고 독창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의 비결을 ‘내부’에서 찾는다. 다른 사람의 수요를 파악하고 트렌드를 좇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시키라는 것이다. 직감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과정,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좌절하지 않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면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비즈니스북스)가 안성맞춤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저자의 아버지는 은퇴 후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을 여행하는 게 꿈이었다. 평생 일에 헌신했던 아버지는 정작 은퇴한 뒤 1주일 만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자신의 모습이 과거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오로지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1년을 살기로 선언한다.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자 꼬여 있던 일과 관계가 풀리기 시작하는 변화의 지점들이 인상적이다.
은정진/윤정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