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지적 속 부대변인 발언…"사우디는 중요한 동맹" 언급도
백악관, '사우디 베이조스 해킹' 의혹에 "심각하게 받아들여"
미국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이자 워싱턴포스트(WP)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 휴대전화 해킹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연관된 의혹과 관련, "분명히 우리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킹 의혹에 대한 질문에 "나는 그 보도들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기들리 부대변인은 "나는 그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우디아라비아는 분명히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해킹 의혹을 조사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전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휴대전화에서 발송된 '왓츠앱' 메시지에 악성 파일이 있었으며, 이 파일을 통해 베이조스의 휴대전화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유엔 특별보고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확보한 정보들은 사우디 왕세자가 '베이조스 감시'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는 "WP의 사우디 관련 보도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는 2018년 터키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속적으로 WP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해 베이조스의 휴대전화 해킹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베이조스와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4월 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 식사하며 번호를 교환한 후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메시지는 그해 5월 1일 발송됐으며 이는 카슈끄지가 피살되기 약 5개월 전쯤이다.

한편 CNN은 전날 해킹 사건과 관련해 백악관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침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이란 갈등으로 긴장이 치솟는 중동에서 사우디를 최상의 동맹국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해 사우디 왕세자를 비난하기를 꺼려왔고 종종 사우디 정부의 미국 무기 구매에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자신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인 WP를 '아마존 (로비스트) 워싱턴포스트!', '가짜뉴스'라고 비난하고 베이조스도 앙숙이자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왔다.

백악관, '사우디 베이조스 해킹' 의혹에 "심각하게 받아들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