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이란 위협에 중동 병력은 당분간 증강될 듯"…8개월 간 중동주둔 미군 2만명 늘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전 세계 미군 재배치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스퍼, 올해 미군 재배치 시사…'중국·러시아 견제' 차원
에스퍼 장관은 중남미 군사작전 점검을 위해 마이애미의 미군 남부사령부로 이동 중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 미군 배치 현황을 파악해 아시아 지역으로 병력을 재배치하고, 다른 해외 지역의 병력은 국내로 송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구체적인 재배치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다만 그는 "(검토를 끝내는) 날짜를 얘기해야 한다면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할 무렵이 좋을 것"이라며 "회계연도가 10월 1일에 시작하니 빨리 시작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중국군이 약진한 만큼 미군 재배치 계획이 이미 늦었다는 의견이 많다.

더욱이, 여전히 이란과 긴장 관계가 고조된 상황인 데다 올해 대선까지 겹쳐 재배치 규모가 어느 정도나 커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미군의 개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재배치 계획을 주시하고 있다.

두 지역은 미군에 대한 재정 지원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에 대해 에스퍼 장관은 "통상 군 재배치 얘기가 나오면 감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며 "적정 규모의 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필요하다면 군을 증강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용 자금과 병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배치해야 최적인지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군이 중국군의 세력 확대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려 하고 있는 가운데, 남부사령부는 중남미가 미군의 그런 노력에 있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미 주둔 병력을 줄이며 이 지역이 소외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미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중국 해군의 남미 지역 정박은 70% 증가했으며, 무기 수출과 인프라 투자, 교역량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사령부는 지난 10년간 중국의 무기 수출액이 베네수엘라에만 6억1천500만 달러(약 7천183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에스퍼, 올해 미군 재배치 시사…'중국·러시아 견제' 차원
한편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 주둔 병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의사에도 당분간 강화될 전망이라고 AP 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이달 초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을 수행해 중동 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미국은 지난 8개월 간 중동 지역에 병력 2만명을 추가 투입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인 프랭크 매켄지 해병대 대장은 수륙양용 공격함인 USS 바탄에 승선한 병사들에게 "최근 이곳에 들어온 병력은 상당 기간 주둔할 것"이라며 "얼마나 더 주둔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USS 바탄과 또 다른 2대의 전함이 지난 1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쪽 50마일 지점의 홍해에 배치됐으며, 작년 5월에 6만명이던 이 지역 병력은 현재 8만명을 넘었다.

매켄지 장군은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여전히 심각하게 위협적이며 다음 행보를 읽기 어렵다"며 "지금 당장 조용하다고 해서 상황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켄지 장군은 중동 지역 미군 병력을 8만3천명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에스퍼 장관과도 논의했으며, 에스퍼 장관도 이에 동의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동의 '끝나지 않는 전쟁'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란만큼은 중동의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이란이 지난 8일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에는 이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