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000m에 핀 '야생화 천국', 눈앞에는 몽블랑 연봉의 절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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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박병원 前 경총 회장의
프랑스 오베르뉴 론알프 야생화 여행
박병원 前 경총 회장의
프랑스 오베르뉴 론알프 야생화 여행
어릴 때 캉틀루브(Canteloube)의 ‘오베르뉴의 노래(Chants d’Auvergne)’를 들었다. 오베르뉴는 프랑스의 강원도 같은 산촌인데, 경치도 좋고 야생화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가 보기까지는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
보주산맥 자연공원(Parc Naturel Regional(이하 PNR) du Massif Bauges)
프랑스 쪽 알프스도 함께 볼 생각으로 일단 제네바에서 안시(Annecy)로 들어갔다. 구글 지도에 셈노즈(Semnoz, 해발 1700)를 찍고 찾아가면 산장도 몇 개 있고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멀리 안시 호수를 넘어서 몽블랑 연봉의 경치가 기가 막히고 표고차 100m도 안 되는 트레일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다.
물망초를 비롯해 온갖 야생화가 발길을 잡지만 이곳의 주인은 금매화(Trollius europaeus)다. 안시에 숙소를 잡아서 시간이 있다면 성과 구시가도 구경할 만하다. 구시가의 식당들도 괜찮은 편이다.
타미에 수도원(Abbaye de Tami), 마들렌 고개(Col de la Madelaine)
레콩브(Les Combes) 주변의 풀밭이 좋다고 해서 파베르주(Faverges)로 가다. 이곳의 작은 성당은 현대적인 스테인드 글라스와 도자기로 만든 14처가 이색적이다. 일부러 갈 건 아니어도 들러는 볼 만하다. 계획없이 들른 타미에 수도원은 성당도 볼 만하고 가고 오는 길에 걷기도 좋고 꽃도 훌륭하다. 문제는 밥 먹을 곳이 없어서 파베르주로 돌아 나와야 했다는 점이다.
레콩브의 풀밭은 과연 장관이었다. 풀밭은 들어가야 꽃들이 보인다. 쥐손이풀, 꿀풀, 리난투스, 꿩의 다리 등 온갖 야생화가 다 있었다. 가끔 전기가 통하는 엉성한 철사 울타리가 있는데 가축이 못 나가게 하려는 것이지 사람이 들어가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가축이 먹을 풀을 밟고 다니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으니 너무 밟아 삐대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인근 마을이 모두가 다 풀밭이었지만 건초를 만들기 위해 베어 버린 곳이 많았다. 마들렌 고개를 향해 갈 때 경치 좋은 산길을 택한 탓에 6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해발 2000m 값을 하느라고 크로커스가 이제야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봉오리들을 보면 모두 피었을 때가 얼마나 장관일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르노블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생 프랑스와 롱샹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스키 리조트가 있었다. 6월 중, 하순에 이곳에서 머물면서 마들렌 고개에서 하루 종일 머물면 좋을 것 같다.
로따레 고개(Col du Lautaret)
야생화가 좋은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인데 필자가 갔을 때 마침 그르노블에서 가는 길의 터널이 공사 중이었다. 어제 온 길을 라 샹브르(La Chambre)까지 되돌아 가서 생 미셸 드 모리엔느(St Michel de Maurienne)와 발롸르(Valloire)를 거쳐서 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서 소요시간을 체크할 때마다 통행이 불가한 것처럼 나오기에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았나 보다 생각했는데 공사 중이었던 것이다.
대단히 손해를 본 것 같았는데 막상 가 보니 주변에 꽃이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 일부러 이 길을 택해도 좋을 것 같다. 거대한 수선화 밭이 있었는데 이미 지기 시작해서 좋은 사진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다. 해발 2556m의 갈리비에 고개(Col du Galibier) 정상부의 터널을 통과하면 휴게소가 있다. 아직 눈 천지였다. 콜라를 마시는데 얼음이 없다고 해서 눈을 넣어 마셨다. 여기서부터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솔다넬라 밭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아네모네, 수레국화, 할미꽃, 수선화 등 정말 천상의 화원이 펼쳐져 있었다. 정상부에 별 4개의 숙소가 있었다. 다음에 또 온다면 반드시 여기서 묵어야 되겠다.
샤르트뢰즈 자연공원 (PNR de la Chartreuse)의 샤르망 송(Charman Som)
원래는 베르코르 자연공원(PNR de du Vercors)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르노블에 와서 샤르트뢰즈를 생략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일정을 바꾸다. 우선 케이블카(프랑스에서는 텔레페리크(Telepherique))를 타고 요새로 올라가 상부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과알 같은 케이블카가 4개씩 매달려 오가는 모습이 이색적이기는 했는데 전망도 식당도 별로였다. 오가는 길에 보이는 대로 들어간 성당들이 더 볼 만했다.
셍 피에르 드 샤르트뢰즈(St Pierre de Chartreuse)로 올라가 관광 안내소에 물어보니 단칼에 샤르망 송(11, Charmant Som)으로 가라고 한다. 샤르망 송에 가까이 가면서 꽃이 너무 좋아서 집사람에게 차를 맡기고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다. 용담 밭과 글로불라리아를 비롯해 도무지 이렇게 꽃으로 가득 찬 곳을 본 적이 없었다. 표고차 200m에 40분 걸린다는 정상까지 오가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비가 오려고 해서 내려왔는데 내려오니 날이 다시 좋아져서(산악 기후가 원래 이렇다) 주차장 옆 주막에서 맥주와 핫 코코아를 시켰다. 올라갈 때 차가 많이 주차해 있었던 (맛집이라는 증거다) 코른 도르(Corne d’Or)에서 저녁을 먹다. 7시 반에 문을 연다. 7가지 코스마다 가장 적합한 와인을 한 잔씩 주는 코스를 시켜 이번 여행에서 단 한번 호사를 하다.
베르코르 자연공원(PNR Vercors)
랑스 앙 베르코르(Lans en Vercors)의 공원본부를 찾아갔으나 닫혀 있었다. 토요일이었다. 장이 서 있어 과일을 좀 사고 여러 성인을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가 좋은 성당도 돌아보다. 산 속 깊이 들어오니 내비가 위치를 잡지를 못해 도로 표지판을 보고 가야 했다. 라 부른(La Bourne) 강을 따라가는 D531 계곡 길은 절벽을 ㄷ 자로 파고 길을 만들어서 스릴이 있었다.
라 샤뻴 앙 베르코르(La Chapelle en Vercors)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산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그럴 곳이 없어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어야 했다. 작지만 매력 있는 성당의 석고판 부조로 만든 14처 조각이 마음에 들었다.
라 뤼르 동굴(Grotte de la Luire) 남쪽 2㎞에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서서 산림감시원의 집 부근에 차를 세우고 부근을 걸으면서 꽃을 찾다. 새로운 것은 많지 않았고 꽃의 밀도도 어제만 못했지만 그래도 특징이 있는 길이었다. 경치는 베르코르 산맥(Massif du Vercors) 쪽이 더 좋다고 한다.
발랑스(Valance)를 거쳐서 온천 지역인 발레벵(Vals-les-Bains) 가까이 있는 리조트인 네이락 온천(Thermes de Neyrac les Bains)으로 갔다. 주말이라 직원들이 일찍 퇴근을 해버려서 체크 인, 아웃도 어렵고 마실 것, 먹을 것을 살 곳도 아주 제한적이라 애를 먹었다. 해가 있는 동안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는 필자의 행태는 프랑스에서, 특히 주말에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라샹 라파엘(Lachamp Raphael)
일요일 아침, 밥 먹을 곳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라샹 라파엘로 접근하면서 차를 세우고 꽃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라샹은 정망 귀여운 마을이다. 맞은편에 있는 큰 십자가가 세 개 있는 1441m의 몽띠베르누(Montivernoux) 정상까지 표고차 100m를 네 시간이나 헤매다. 노래에서 듣는 타임이 지천이었다.
리브라돠 포레즈 자연공원(PNR Livroidois-Forez)을 향해 이동하다. 이곳의 중심지인 앙베르(Ambert)의 성당은 문이 닫혀 있었다. 지방정부의 방침에 따라 미사 30분 전에만 열어준다고 적혀 있었다. 기사의 집(La Maison du Chevalier)이라는 이름이 멋있는 민박집(?)에서 묵었다. 가성비가 괜찮은 편이었다.
쉬페이르 고개(Col des Supeyres), 베알 고개(Col du Bal)
발시비에르(Valcivieres)를 거쳐서 쉬페이르 고개를 찾아가다.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두 시간 정도 걷고 오다. 꽃은 새로운 것은 별로 없었다. 다시 남쪽으로 난 길을 50분 정도 걷다. 민들레를 닮은 노란 꽃과 범꼬리 등이 벌판을 덮고 있었는데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 보니 다른 꽃들도 많이 있었다.
앙베르로 돌아와 점심을 먹다. 성당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베알 고개로 가서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을 넘어서 천문대가 빤히 보이는 곳까지 갔다 오니 2시간이 걸렸다. 사진을 찍지 않고 걸으면 한 시간 남짓이면 되지 않을까. 새로운 것은 별로 없었지만 수선화와 바람꽃이 흔적을 많이 남기고 있었고 산마늘이 엄청나게 많았다. 박새도. 이것들이 꽃을 피울 때는 장관일 것 같다.
밥 먹으러 또 앙베르로 돌아가 성당 앞에 있는 오봉쿠앵(Au Bon Coin)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 앙베르 오믈렛과 세트 메뉴 3(Formule III)을 시켰는데 디저트가 6개가 포함되어 있는 줄 모르고 따로 주문해 엄청난 디저트를 먹어야 했다.
르 페리에르(Le Perrier) 부근의 초원
어제 못 찾았던 르 페리에르(Le Perrier)의 위치를 찾아내다. 책에서 가 보라고 한 ‘르 페리에르 부근의 초원’은 쉬페이르 고개로 가는 D106 상의 조그만 마을 주변이었는데 특별한 꽃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종류가 실하고 싱싱했다. 들어가고 나오는 길에 있는 마을들의 작은 성당들은 모두 들를 만하다. 칼과 가위로 유명한 중세풍의 마을 티에르(Thiers)도 일부러 찾아 갈 곳은 아니지만 들를 만은 하다.
레토르 고원(Plateau de Retord), 이브아르(Yvoire)
레토르 고원을 찾아가다. 책에 있는 대로 베랑텡 고개(Col de Berentin)까지 갔는데 꽃이 별로 없었다. 구글에 나온 사진으로는 수선화 밭이 장관인데 고도가 1135m밖에 안 되어서 벌써 피고 진 것 같다. 가고 오는 길에 꽃이 좋은 곳이 많았다.
■박병원 前 경총 회장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67)은 재정경제부 제1차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전국은행연합회장,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등을 지냈다. 트레킹 마니아인 박 전 회장은 은퇴 후 여러 국가를 여행하고 있다. 50여 년간 심취해온 꽃 사진에 조예가 깊다.
보주산맥 자연공원(Parc Naturel Regional(이하 PNR) du Massif Bauges)
프랑스 쪽 알프스도 함께 볼 생각으로 일단 제네바에서 안시(Annecy)로 들어갔다. 구글 지도에 셈노즈(Semnoz, 해발 1700)를 찍고 찾아가면 산장도 몇 개 있고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멀리 안시 호수를 넘어서 몽블랑 연봉의 경치가 기가 막히고 표고차 100m도 안 되는 트레일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다.
물망초를 비롯해 온갖 야생화가 발길을 잡지만 이곳의 주인은 금매화(Trollius europaeus)다. 안시에 숙소를 잡아서 시간이 있다면 성과 구시가도 구경할 만하다. 구시가의 식당들도 괜찮은 편이다.
타미에 수도원(Abbaye de Tami), 마들렌 고개(Col de la Madelaine)
레콩브(Les Combes) 주변의 풀밭이 좋다고 해서 파베르주(Faverges)로 가다. 이곳의 작은 성당은 현대적인 스테인드 글라스와 도자기로 만든 14처가 이색적이다. 일부러 갈 건 아니어도 들러는 볼 만하다. 계획없이 들른 타미에 수도원은 성당도 볼 만하고 가고 오는 길에 걷기도 좋고 꽃도 훌륭하다. 문제는 밥 먹을 곳이 없어서 파베르주로 돌아 나와야 했다는 점이다.
레콩브의 풀밭은 과연 장관이었다. 풀밭은 들어가야 꽃들이 보인다. 쥐손이풀, 꿀풀, 리난투스, 꿩의 다리 등 온갖 야생화가 다 있었다. 가끔 전기가 통하는 엉성한 철사 울타리가 있는데 가축이 못 나가게 하려는 것이지 사람이 들어가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가축이 먹을 풀을 밟고 다니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으니 너무 밟아 삐대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인근 마을이 모두가 다 풀밭이었지만 건초를 만들기 위해 베어 버린 곳이 많았다. 마들렌 고개를 향해 갈 때 경치 좋은 산길을 택한 탓에 6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해발 2000m 값을 하느라고 크로커스가 이제야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봉오리들을 보면 모두 피었을 때가 얼마나 장관일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르노블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생 프랑스와 롱샹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스키 리조트가 있었다. 6월 중, 하순에 이곳에서 머물면서 마들렌 고개에서 하루 종일 머물면 좋을 것 같다.
로따레 고개(Col du Lautaret)
야생화가 좋은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인데 필자가 갔을 때 마침 그르노블에서 가는 길의 터널이 공사 중이었다. 어제 온 길을 라 샹브르(La Chambre)까지 되돌아 가서 생 미셸 드 모리엔느(St Michel de Maurienne)와 발롸르(Valloire)를 거쳐서 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서 소요시간을 체크할 때마다 통행이 불가한 것처럼 나오기에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았나 보다 생각했는데 공사 중이었던 것이다.
대단히 손해를 본 것 같았는데 막상 가 보니 주변에 꽃이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 일부러 이 길을 택해도 좋을 것 같다. 거대한 수선화 밭이 있었는데 이미 지기 시작해서 좋은 사진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다. 해발 2556m의 갈리비에 고개(Col du Galibier) 정상부의 터널을 통과하면 휴게소가 있다. 아직 눈 천지였다. 콜라를 마시는데 얼음이 없다고 해서 눈을 넣어 마셨다. 여기서부터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솔다넬라 밭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아네모네, 수레국화, 할미꽃, 수선화 등 정말 천상의 화원이 펼쳐져 있었다. 정상부에 별 4개의 숙소가 있었다. 다음에 또 온다면 반드시 여기서 묵어야 되겠다.
샤르트뢰즈 자연공원 (PNR de la Chartreuse)의 샤르망 송(Charman Som)
원래는 베르코르 자연공원(PNR de du Vercors)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르노블에 와서 샤르트뢰즈를 생략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일정을 바꾸다. 우선 케이블카(프랑스에서는 텔레페리크(Telepherique))를 타고 요새로 올라가 상부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과알 같은 케이블카가 4개씩 매달려 오가는 모습이 이색적이기는 했는데 전망도 식당도 별로였다. 오가는 길에 보이는 대로 들어간 성당들이 더 볼 만했다.
셍 피에르 드 샤르트뢰즈(St Pierre de Chartreuse)로 올라가 관광 안내소에 물어보니 단칼에 샤르망 송(11, Charmant Som)으로 가라고 한다. 샤르망 송에 가까이 가면서 꽃이 너무 좋아서 집사람에게 차를 맡기고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다. 용담 밭과 글로불라리아를 비롯해 도무지 이렇게 꽃으로 가득 찬 곳을 본 적이 없었다. 표고차 200m에 40분 걸린다는 정상까지 오가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비가 오려고 해서 내려왔는데 내려오니 날이 다시 좋아져서(산악 기후가 원래 이렇다) 주차장 옆 주막에서 맥주와 핫 코코아를 시켰다. 올라갈 때 차가 많이 주차해 있었던 (맛집이라는 증거다) 코른 도르(Corne d’Or)에서 저녁을 먹다. 7시 반에 문을 연다. 7가지 코스마다 가장 적합한 와인을 한 잔씩 주는 코스를 시켜 이번 여행에서 단 한번 호사를 하다.
베르코르 자연공원(PNR Vercors)
랑스 앙 베르코르(Lans en Vercors)의 공원본부를 찾아갔으나 닫혀 있었다. 토요일이었다. 장이 서 있어 과일을 좀 사고 여러 성인을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가 좋은 성당도 돌아보다. 산 속 깊이 들어오니 내비가 위치를 잡지를 못해 도로 표지판을 보고 가야 했다. 라 부른(La Bourne) 강을 따라가는 D531 계곡 길은 절벽을 ㄷ 자로 파고 길을 만들어서 스릴이 있었다.
라 샤뻴 앙 베르코르(La Chapelle en Vercors)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산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그럴 곳이 없어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어야 했다. 작지만 매력 있는 성당의 석고판 부조로 만든 14처 조각이 마음에 들었다.
라 뤼르 동굴(Grotte de la Luire) 남쪽 2㎞에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서서 산림감시원의 집 부근에 차를 세우고 부근을 걸으면서 꽃을 찾다. 새로운 것은 많지 않았고 꽃의 밀도도 어제만 못했지만 그래도 특징이 있는 길이었다. 경치는 베르코르 산맥(Massif du Vercors) 쪽이 더 좋다고 한다.
발랑스(Valance)를 거쳐서 온천 지역인 발레벵(Vals-les-Bains) 가까이 있는 리조트인 네이락 온천(Thermes de Neyrac les Bains)으로 갔다. 주말이라 직원들이 일찍 퇴근을 해버려서 체크 인, 아웃도 어렵고 마실 것, 먹을 것을 살 곳도 아주 제한적이라 애를 먹었다. 해가 있는 동안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는 필자의 행태는 프랑스에서, 특히 주말에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라샹 라파엘(Lachamp Raphael)
일요일 아침, 밥 먹을 곳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라샹 라파엘로 접근하면서 차를 세우고 꽃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라샹은 정망 귀여운 마을이다. 맞은편에 있는 큰 십자가가 세 개 있는 1441m의 몽띠베르누(Montivernoux) 정상까지 표고차 100m를 네 시간이나 헤매다. 노래에서 듣는 타임이 지천이었다.
리브라돠 포레즈 자연공원(PNR Livroidois-Forez)을 향해 이동하다. 이곳의 중심지인 앙베르(Ambert)의 성당은 문이 닫혀 있었다. 지방정부의 방침에 따라 미사 30분 전에만 열어준다고 적혀 있었다. 기사의 집(La Maison du Chevalier)이라는 이름이 멋있는 민박집(?)에서 묵었다. 가성비가 괜찮은 편이었다.
쉬페이르 고개(Col des Supeyres), 베알 고개(Col du Bal)
발시비에르(Valcivieres)를 거쳐서 쉬페이르 고개를 찾아가다.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두 시간 정도 걷고 오다. 꽃은 새로운 것은 별로 없었다. 다시 남쪽으로 난 길을 50분 정도 걷다. 민들레를 닮은 노란 꽃과 범꼬리 등이 벌판을 덮고 있었는데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 보니 다른 꽃들도 많이 있었다.
앙베르로 돌아와 점심을 먹다. 성당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베알 고개로 가서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을 넘어서 천문대가 빤히 보이는 곳까지 갔다 오니 2시간이 걸렸다. 사진을 찍지 않고 걸으면 한 시간 남짓이면 되지 않을까. 새로운 것은 별로 없었지만 수선화와 바람꽃이 흔적을 많이 남기고 있었고 산마늘이 엄청나게 많았다. 박새도. 이것들이 꽃을 피울 때는 장관일 것 같다.
밥 먹으러 또 앙베르로 돌아가 성당 앞에 있는 오봉쿠앵(Au Bon Coin)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 앙베르 오믈렛과 세트 메뉴 3(Formule III)을 시켰는데 디저트가 6개가 포함되어 있는 줄 모르고 따로 주문해 엄청난 디저트를 먹어야 했다.
르 페리에르(Le Perrier) 부근의 초원
어제 못 찾았던 르 페리에르(Le Perrier)의 위치를 찾아내다. 책에서 가 보라고 한 ‘르 페리에르 부근의 초원’은 쉬페이르 고개로 가는 D106 상의 조그만 마을 주변이었는데 특별한 꽃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종류가 실하고 싱싱했다. 들어가고 나오는 길에 있는 마을들의 작은 성당들은 모두 들를 만하다. 칼과 가위로 유명한 중세풍의 마을 티에르(Thiers)도 일부러 찾아 갈 곳은 아니지만 들를 만은 하다.
레토르 고원(Plateau de Retord), 이브아르(Yvoire)
레토르 고원을 찾아가다. 책에 있는 대로 베랑텡 고개(Col de Berentin)까지 갔는데 꽃이 별로 없었다. 구글에 나온 사진으로는 수선화 밭이 장관인데 고도가 1135m밖에 안 되어서 벌써 피고 진 것 같다. 가고 오는 길에 꽃이 좋은 곳이 많았다.
■박병원 前 경총 회장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67)은 재정경제부 제1차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전국은행연합회장,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등을 지냈다. 트레킹 마니아인 박 전 회장은 은퇴 후 여러 국가를 여행하고 있다. 50여 년간 심취해온 꽃 사진에 조예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