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中 우한 폐렴 파장…'제3의 톈안먼 사태'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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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성장률 하락 속 물가 급등
우한 폐렴 지방경제엔 치명타
재도약과 중진국 함정 '갈림길'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우한 폐렴 지방경제엔 치명타
재도약과 중진국 함정 '갈림길'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매년 초 스위스의 작은 휴양 도시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또 다른 10년인 2020년대 진입을 앞두고 단골 메뉴로 다뤄왔던 유일한 과제가 있다. 바로 ‘디스토피아(dystopia)’다. 미국도 ‘우리 국민, 우리 미래(our people, our future)’라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제시됐던 미래 아젠다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디스토피아 문제를 언급했다.
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utopia)의 반대되는 개념인 반(反)이상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지구상의 가장 어두운 상황을 말한다. WEF는 2020년대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28개의 디스토피아 우선 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28개 디스토피아의 우선 과제는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각각 순위를 매긴 점이 특징이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다섯 가지 디스토피아로 ①국가 간 분쟁 ②극단적 기상 이변 ③사이버 테러 ④국가 거버넌스 실패 ⑤높은 구조적 실업을 꼽았다. 발생 때 파급력이 큰 다섯 가지 디스토피아로는 ①수자원 위기 ②급속한 전염병 확산 ③대량 살상무기 ④국가 간 분쟁 ⑤기후변화 대응 실패를 선정했다.
중국 우한 폐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다. 중국 경제는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넘어오는 성장 경로에서 그림자 금융, 과다 부채, 부동산 거품 등 이른바 3대 ‘회색 코뿔소’ 현안에 봉착돼 있다. 권력층과 깊게 연관돼 있어 단기간에 해결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완충 능력이 떨어져 디스토피아와 같은 테일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 파장이 의외로 크게 나타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디스토피아가 발생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성장률이 2%포인트 떨어졌던 2003년에는 위기론이 처음 제기됐다.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단일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어려워지자 이듬해부터 시작된 13차 5개년에는 ‘성장률 목표 밴드제’가 도입됐다.
현재 중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작년 성장률은 1990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6.1%다. 같은 해 4분기에는 6%까지 떨어져 ‘바오류(성장률 6% 유지)’ 붕괴 일보 직전으로 몰렸다. 인위적인 재정 부양이 없었더라면 5%대 초반으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또 하나의 바이러스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로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점이다. 작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세운 물가 목표치 3%를 무려 1.5%포인트 뛰어넘는 수준이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다.
성장률(소득)이 떨어지는 속에 물가가 올라간다면 인민이 느끼는 경제 고통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경제고통지수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항목(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성장률) 모두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고통지수도 중국 경제가 개방을 추진한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발생한 우한 폐렴 사태는 지방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국경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지방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몰리고 있다. 지방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800개가 넘는 지방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재정 수입이 급감하면서 지방 정부도 디폴트(부도)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 인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태세다. 홍콩 시위 사태로 국제 사회에 가려지긴 했지만 지방 인민의 시위를 잡기 위해 무장 병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도시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다간 ‘제3의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번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제3의 톈안먼 사태가 일어난다면 자신의 축출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76년 1차 톈안먼 사태 이후 덩샤오핑 실각, 1989년 2차 톈안먼 사태 이후 자오쯔양에서 장쩌민으로 권력 이양이 발생했다. 부정부패 척결 과정에서 밀려난 권력층을 중심으로 시진핑 퇴출 작업이 시작됐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위기를 느낀 시 주석은 종전과 달리 우한 폐렴 사태에 강력 대응하고 있다. 공산당 선언 목표 달성을 앞두고 중국 경제는 나라 안팎으로 현안이 수북이 쌓여 있다. 우한 폐렴을 포함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느냐에 따라 중국 경제가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느냐’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 운명도 마찬가지다.
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utopia)의 반대되는 개념인 반(反)이상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지구상의 가장 어두운 상황을 말한다. WEF는 2020년대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28개의 디스토피아 우선 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28개 디스토피아의 우선 과제는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각각 순위를 매긴 점이 특징이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다섯 가지 디스토피아로 ①국가 간 분쟁 ②극단적 기상 이변 ③사이버 테러 ④국가 거버넌스 실패 ⑤높은 구조적 실업을 꼽았다. 발생 때 파급력이 큰 다섯 가지 디스토피아로는 ①수자원 위기 ②급속한 전염병 확산 ③대량 살상무기 ④국가 간 분쟁 ⑤기후변화 대응 실패를 선정했다.
중국 우한 폐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다. 중국 경제는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넘어오는 성장 경로에서 그림자 금융, 과다 부채, 부동산 거품 등 이른바 3대 ‘회색 코뿔소’ 현안에 봉착돼 있다. 권력층과 깊게 연관돼 있어 단기간에 해결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완충 능력이 떨어져 디스토피아와 같은 테일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 파장이 의외로 크게 나타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디스토피아가 발생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성장률이 2%포인트 떨어졌던 2003년에는 위기론이 처음 제기됐다.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단일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어려워지자 이듬해부터 시작된 13차 5개년에는 ‘성장률 목표 밴드제’가 도입됐다.
현재 중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작년 성장률은 1990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낮은 6.1%다. 같은 해 4분기에는 6%까지 떨어져 ‘바오류(성장률 6% 유지)’ 붕괴 일보 직전으로 몰렸다. 인위적인 재정 부양이 없었더라면 5%대 초반으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또 하나의 바이러스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로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점이다. 작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세운 물가 목표치 3%를 무려 1.5%포인트 뛰어넘는 수준이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다.
성장률(소득)이 떨어지는 속에 물가가 올라간다면 인민이 느끼는 경제 고통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경제고통지수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항목(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성장률) 모두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고통지수도 중국 경제가 개방을 추진한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발생한 우한 폐렴 사태는 지방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국경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지방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몰리고 있다. 지방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800개가 넘는 지방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재정 수입이 급감하면서 지방 정부도 디폴트(부도)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 인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태세다. 홍콩 시위 사태로 국제 사회에 가려지긴 했지만 지방 인민의 시위를 잡기 위해 무장 병력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 수위가 날로 높아지면서 도시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다간 ‘제3의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번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제3의 톈안먼 사태가 일어난다면 자신의 축출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76년 1차 톈안먼 사태 이후 덩샤오핑 실각, 1989년 2차 톈안먼 사태 이후 자오쯔양에서 장쩌민으로 권력 이양이 발생했다. 부정부패 척결 과정에서 밀려난 권력층을 중심으로 시진핑 퇴출 작업이 시작됐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위기를 느낀 시 주석은 종전과 달리 우한 폐렴 사태에 강력 대응하고 있다. 공산당 선언 목표 달성을 앞두고 중국 경제는 나라 안팎으로 현안이 수북이 쌓여 있다. 우한 폐렴을 포함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느냐에 따라 중국 경제가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느냐’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 운명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