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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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네 명으로 늘어난 것에 대한 의료계 평가다. 설 연휴 기간 추가된 내국인 환자들은 공항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대부분 잠복기에 입국했기 때문이다. 공항 방역망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환자를 통한 2차 감염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항 검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좀 더 적극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잠복기' 입국자에 속수무책…방역망 뚫려 2차 감염 우려 커졌다
‘단순 발열’ ‘잠복기 입국’에 놓친 환자들

설 연휴에 추가된 우한 폐렴 한국인 환자는 세 명이다. 모두 중국 우한에서 감염된 50대 남성 환자다. 중국인 여성인 첫 환자가 인천공항 검역 단계에서 걸러진 것과 달리 이들은 집에서 활동하다가 감염자로 분류됐다. 각각 국가지정격리병상인 국립중앙의료원,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받고 있다.

지난 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두 번째 환자(남·55)는 우한에서 상하이를 경유해 22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당시 열이 났지만 검역관은 활동이 자유로운 능동감시자로 분류했다. 우한을 방문한 뒤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환자만 격리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열만 나고 기침을 하지 않아 격리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부 검역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2018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설사 증상을 호소해 휠체어를 타고 입국한 환자를 집으로 보내 논란을 키웠다. 당시 메르스 검역 기준은 발열과 기침 증상이었는데 이런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뒤늦게 검역지침을 바꿨다. 26일부터 후베이성을 방문한 뒤 발열과 기침 중 한 가지 증상만 호소해도 격리조치했다. 28일부터는 공항 검역 대상을 중국 입국자로 확대하고 중국을 방문한 뒤 증상이 있으면 역학조사관이 판단해 격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우한을 다녀온 뒤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100여 명을 일제 조사할 계획”이라며 “무증상 입국자 명단은 의료기관에 통보했다”고 했다.
< 선별진료소 방문한 정세균 총리 > 27일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네 번째)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세 번째)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인 서울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감염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선별진료소 방문한 정세균 총리 > 27일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네 번째)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세 번째)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선별진료소를 운영 중인 서울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감염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의료기관 환자 정보 제대로 확인 안 해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세 번째 환자(남·54)와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네 번째 환자(남·55)는 중국 우한에서 20일 한국으로 입국했다. 감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자유롭게 활동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차 감염 우려가 높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세 번째 환자는 증상이 시작된 22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과 일산 등을 오가며 활동했다. 네 번째 환자도 감기 증상으로 처음 경기 평택의 한 병원을 찾은 21일부터 닷새간 의료기관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들이 입국 당시 ‘증상이 없다’고 답변한 것을 토대로 잠복기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사례다.

의료기관 경고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네 번째 환자는 우한을 방문한 뒤 감기 등의 증상으로 21일과 25일 각각 같은 의료기관을 찾았다.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았던 21일 의료기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우한 방문 환자라는 알람이 떴지만 해당 의료기관은 감염 의심 환자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팝업창이 뜨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로 알람 기능을 막아놓은 의료기관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인 간병인 등 귀국 시 대책 필요

춘제(중국 설) 연휴를 마치고 귀국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입원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상당수는 중국인이다. 춘제를 맞아 중국에 갔던 간병인들이 대거 한국으로 입국하면 병원 내에서 추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부 병원에서 현황을 파악했는데 간병인들이 설 연휴에도 근무해 중국에 간 인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후베이성이나 우한이 고향인 간병인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업무 복귀 전 14일 정도 증상이 생기지 않는지를 지켜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