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달라지는 출·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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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출퇴근길 103분
'지옥철'은 이제 그만
'자포족'들 공유 모빌리티로
갈아타니 "오~ 있어빌리티"
'지옥철'은 이제 그만
'자포족'들 공유 모빌리티로
갈아타니 "오~ 있어빌리티"
김과장 이대리들의 출퇴근 풍경이 바뀌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지옥철’과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정체되는 도로는 기피 대상 1순위다. 대신 공유경제와 첨단 기술이 맞물린 새로운 모빌리티(이동수단)를 찾아 김과장 이대리들이 움직이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전국 직장인 13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하루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은 103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24시간(1440분)의 7.2%를 출퇴근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피할 수 없는 103분의 출퇴근길.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싸고 편하게 보내려는 김과장 이대리가 늘고 있다. “자가용 이용도 쉽지 않아요”
“자가용 출퇴근이 그나마 가장 편하죠.” 이런 말에 김과장 이대리들은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일단 신입사원에겐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제약업체 공장에서 일하는 전 주임(30)은 입사하자마자 사수로부터 ‘자가용 이용 팁’을 들었다.
첫 번째는 ‘사옥 현관 앞에는 절대 차를 대지 말 것’이었다. 전 주임 회사에는 ‘사옥 입구 앞 주차 공간에는 임원만 차를 댈 수 있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전 주임은 “주차 공간을 찾아 빙빙 돌아 겨우 차를 대고 사무실까지 걸어왔을 때 임원 전용 주차 공간이 텅 빈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팁은 ‘외제차를 타고 있다면 주차장으로 차를 가져올 생각조차 하지 말 것’이었다. “벤츠를 타고 오면 그날부로 ‘전 주임’이 아니라 ‘전 벤츠’로 불리게 된다”는 게 사수의 설명이었다. 마지막 팁은 ‘같은 부서 선배들에게 절대 먼저 사는 곳을 알리지 말 것’이었다. 전 주임은 “순진하게 사는 곳을 얘기했으면 아마 집 방향이 같은 팀장의 기사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주차요금 때문에 차를 가져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정보기술(IT)업체에 다니는 정 과장(33)의 회사는 건물 일부 층을 임차해 쓰고 있다. 건물주가 책정한 주차비용은 월 20만원을 넘는다. 건물을 소유한 회사 임직원은 월 3만원이면 이용이 가능하다. 정 과장은 “이 얘기를 듣고 차를 가져오는 걸 포기했다”며 “차로 30분 거리의 직장을 1시간 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가고 있다”고 했다.
‘공유 모빌리티’가 대세
자가용 이용을 포기한 김과장 이대리들은 기존 대중교통 대신 공유 모빌리티를 택하는 추세다.
서울 종로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 대리(33)는 대중교통 대신 공유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마을버스를 타고 회사에 가면 25분가량 걸리지만 전기자전거를 타면 10분이면 된다는 게 이 대리의 설명이다. 요금도 버스는 900원, 공유 자전거는 1100원으로 비슷하다. 이 대리는 “겨울이라 춥긴 하지만 거리가 멀지 않고 장갑을 끼면 자전거도 타고 다닐 만하다”며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힘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에 근무하는 젊은 사무관들은 공유 자전거 어울링을 없어서는 안 될 ‘필템(필수 아이템)’으로 여긴다. 1년 이용권은 3만원. 걷기에는 멀고, 차로 이동하기에는 어중간한 거리에 사는 이들은 출퇴근길에 대부분 어울링을 이용한다. 청사를 옮겨다닐 때도 어울링을 탄다.
언덕길이 많은 서울 강남에선 전동킥보드가 김과장 이대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 건설사에 다니는 윤 대리(32)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공유 전동킥보드인 씽씽을 이용한다. 씽씽은 일정 비용을 내고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는 서비스다. 택시처럼 이용 거리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고, 사용 후에는 길거리 아무 곳에나 반납하면 된다. 윤 대리의 회사는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씽씽을 이용하면 이동시간이 5분으로 줄어든다. 오르막길이 많은 강남에서 헉헉거리며 걷거나 서울시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따릉이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윤 대리는 “야근 후에도 택시가 잘 잡히지 않으면 씽씽을 타고 조금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택시를 잡는다”고 했다.
셔틀버스도 ‘스마트’하게
김과장 이대리들은 셔틀버스도 스마트하게 탄다. 서울 잠실에 사는 최 대리(31)는 매일 아침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판교에 있는 회사로 출근한다. 이 버스는 최 대리 회사에서 정식으로 운영하는 버스가 아니다.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운영하는 공유 셔틀버스다. 출퇴근 경로와 시간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최 대리는 “가격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 20~30%가량 비싸지만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고, 환승하지 않아도 된다”며 “월·수·금, 화·목 등 특정 요일을 지정할 수도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회사 차원에서 똑똑하고 저렴한 이동 수단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SK텔레콤은 주말과 퇴근 시간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공유차량 서비스 해피셰어카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요금은 아반떼 기준 ㎞당 190원으로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귀가하기를 꺼리는 젊은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게 SK텔레콤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전국 직장인 13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하루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은 103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24시간(1440분)의 7.2%를 출퇴근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피할 수 없는 103분의 출퇴근길.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싸고 편하게 보내려는 김과장 이대리가 늘고 있다. “자가용 이용도 쉽지 않아요”
“자가용 출퇴근이 그나마 가장 편하죠.” 이런 말에 김과장 이대리들은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일단 신입사원에겐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제약업체 공장에서 일하는 전 주임(30)은 입사하자마자 사수로부터 ‘자가용 이용 팁’을 들었다.
첫 번째는 ‘사옥 현관 앞에는 절대 차를 대지 말 것’이었다. 전 주임 회사에는 ‘사옥 입구 앞 주차 공간에는 임원만 차를 댈 수 있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전 주임은 “주차 공간을 찾아 빙빙 돌아 겨우 차를 대고 사무실까지 걸어왔을 때 임원 전용 주차 공간이 텅 빈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팁은 ‘외제차를 타고 있다면 주차장으로 차를 가져올 생각조차 하지 말 것’이었다. “벤츠를 타고 오면 그날부로 ‘전 주임’이 아니라 ‘전 벤츠’로 불리게 된다”는 게 사수의 설명이었다. 마지막 팁은 ‘같은 부서 선배들에게 절대 먼저 사는 곳을 알리지 말 것’이었다. 전 주임은 “순진하게 사는 곳을 얘기했으면 아마 집 방향이 같은 팀장의 기사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주차요금 때문에 차를 가져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정보기술(IT)업체에 다니는 정 과장(33)의 회사는 건물 일부 층을 임차해 쓰고 있다. 건물주가 책정한 주차비용은 월 20만원을 넘는다. 건물을 소유한 회사 임직원은 월 3만원이면 이용이 가능하다. 정 과장은 “이 얘기를 듣고 차를 가져오는 걸 포기했다”며 “차로 30분 거리의 직장을 1시간 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가고 있다”고 했다.
‘공유 모빌리티’가 대세
자가용 이용을 포기한 김과장 이대리들은 기존 대중교통 대신 공유 모빌리티를 택하는 추세다.
서울 종로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이 대리(33)는 대중교통 대신 공유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마을버스를 타고 회사에 가면 25분가량 걸리지만 전기자전거를 타면 10분이면 된다는 게 이 대리의 설명이다. 요금도 버스는 900원, 공유 자전거는 1100원으로 비슷하다. 이 대리는 “겨울이라 춥긴 하지만 거리가 멀지 않고 장갑을 끼면 자전거도 타고 다닐 만하다”며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힘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에 근무하는 젊은 사무관들은 공유 자전거 어울링을 없어서는 안 될 ‘필템(필수 아이템)’으로 여긴다. 1년 이용권은 3만원. 걷기에는 멀고, 차로 이동하기에는 어중간한 거리에 사는 이들은 출퇴근길에 대부분 어울링을 이용한다. 청사를 옮겨다닐 때도 어울링을 탄다.
언덕길이 많은 서울 강남에선 전동킥보드가 김과장 이대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 건설사에 다니는 윤 대리(32)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공유 전동킥보드인 씽씽을 이용한다. 씽씽은 일정 비용을 내고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는 서비스다. 택시처럼 이용 거리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고, 사용 후에는 길거리 아무 곳에나 반납하면 된다. 윤 대리의 회사는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씽씽을 이용하면 이동시간이 5분으로 줄어든다. 오르막길이 많은 강남에서 헉헉거리며 걷거나 서울시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따릉이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윤 대리는 “야근 후에도 택시가 잘 잡히지 않으면 씽씽을 타고 조금 한적한 곳으로 이동해 택시를 잡는다”고 했다.
셔틀버스도 ‘스마트’하게
김과장 이대리들은 셔틀버스도 스마트하게 탄다. 서울 잠실에 사는 최 대리(31)는 매일 아침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판교에 있는 회사로 출근한다. 이 버스는 최 대리 회사에서 정식으로 운영하는 버스가 아니다.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운영하는 공유 셔틀버스다. 출퇴근 경로와 시간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최 대리는 “가격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 20~30%가량 비싸지만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고, 환승하지 않아도 된다”며 “월·수·금, 화·목 등 특정 요일을 지정할 수도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회사 차원에서 똑똑하고 저렴한 이동 수단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SK텔레콤은 주말과 퇴근 시간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공유차량 서비스 해피셰어카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요금은 아반떼 기준 ㎞당 190원으로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귀가하기를 꺼리는 젊은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게 SK텔레콤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